2018/7/4(수) 엄동설한에도 (65)

 

세월은 더디게 가도 계절은 바뀌고 있었다. 이화여자대학교의 총장이었던 나의 누님은 법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안양교도소로 나를 자주 면회 왔었다. 올 때마다 과일, 사탕, 과자, 계란 등을 많이 사가지고 와서 나에게 전해 주었기 때문에 우리 감방은 언제나 먹을거리가 넉넉하였다.

어느 지방 대학을 다니던 한 가난한 학생은 그의 일생에 우리 감방에서처럼 잘 먹어 본 적이 없었다고 고백하였다. 매일 날계란을 먹을 수 있었고, 사탕도 마음대로 먹고도 남아서 대학생 죄수들에게 다른 감방에도 나누어 주라고 내가 부탁을 하였다. 나는 나이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좌장’으로 군림하며 ‘좌장’대접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방마다 먹을 것을 나누어 주고 돌아온 어느 지방대학 학생이 나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분배가 어렵다는 것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저마다 더 달라고 하니 나누어 주는 일이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이런 일도 있었다. 교도소 의무실에서 근무하는 이인수라는 사람은 반혁명 사건의 주모자로 사형을 언도 받았었는데 감형이 되어 20년의 징역살이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는 계급을 다 박탈당했지만 재판 받기 전에는 대령이었다고 들었다.

김동길
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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