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7/1(일) 안양의 가을 (62)

 

내가 안양 교도소에 도착 했을 때만해도 무더위가 얼마는 남아 있었다. 나는 서울 구치소에서 보다는 좀 넓은 독방에 배정되어 무더위 속에서 며칠을 보내고 있었는데, 감방 창문 밖에는 어느덧 코스모스가 피기 시작하였다. 쓸쓸한 가을이 찾아오고 있는 것이었다.

가을이 접어들어 햇살이 그리운 계절이 되었다. 감방의 마루가 나무 판때기로 되어 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방 한구석에 조금 패여 있는 홈이 하나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식사를 끝내고 보니 엎지른 약간의 물이 그 패인 홈에 고여 있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파리 한 마리가 날라 와서 그 고인 물에 빠지게 되었다. 이놈이 자세를 바로 잡아 다시 날아가 보려고 안간힘을 쓰며 온갖 고생을 하기 시작하였다.

나는 물끄러미 그 파리 한 마리의 신세를 관찰하면서, “네가 다시 자세를 바로 잡고 날아갈 수 있으면 조국의 자유민주주의는 가능할 것이고, 네가 만일 거기에서 못 벗어나서 날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며 한참 동안 그 파리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 가련한 파리가 하도 오래 동안 바둥거리고 있어서 처음에는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느 순간 그 파리가 빨딱 몸을 뒤집어 날개의 물을 떨치며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민주주의가 승리할 터이니 두고 봐라!” 내 가슴속에 그런 뜨거운 신념이 용솟음쳐 올라왔다. .

김동길
Kimdonggill.com

 

 No.

Title

Name

Date

Hit

188

2018/11/04(일) 어느 생명 공학자의 말 (188)

김동길

2018.11.04

2942

187

2018/11/03(토) 조용하게 살다가 (187)

김동길

2018.11.03

2986

186

2018/11/02(금) 노년 예찬 (186)

김동길

2018.11.02

2916

185

2018/11/01(목) 앤디 머레이와 윔불던 (185)

김동길

2018.11.01

2762

184

2018/10/31(수) 나를 원망한다지만 (184)

김동길

2018.10.31

2978

183

2018/10/30(화) 왜 1.4 후퇴가 불가피 했는가? (183)

김동길

2018.10.30

2760

182

2018/10/29(월) 1950년 가을에 인천 항구 (182)

김동길

2018.10.29

2806

181

2018/10/28(일) 하나님의 사람과 사탄의 사람 (181)

김동길

2018.10.28

2934

180

2018/10/27(토) 유치원에 다니다 (180)

김동길

2018.10.27

2830

179

2018/10/26(금) 우리가 십자가를 질 수밖에 (179)

김동길

2018.10.26

2886

178

2018/10/25(목) 한.중.일의 화해가 과연 가능한가? (178)

김동길

2018.10.25

1174

177

2018/10/24(수)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할까 (177)

김동길

2018.10.24

2748

[이전] [1]2[3][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