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7/1(일) 안양의 가을 (62)

 

내가 안양 교도소에 도착 했을 때만해도 무더위가 얼마는 남아 있었다. 나는 서울 구치소에서 보다는 좀 넓은 독방에 배정되어 무더위 속에서 며칠을 보내고 있었는데, 감방 창문 밖에는 어느덧 코스모스가 피기 시작하였다. 쓸쓸한 가을이 찾아오고 있는 것이었다.

가을이 접어들어 햇살이 그리운 계절이 되었다. 감방의 마루가 나무 판때기로 되어 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방 한구석에 조금 패여 있는 홈이 하나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식사를 끝내고 보니 엎지른 약간의 물이 그 패인 홈에 고여 있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파리 한 마리가 날라 와서 그 고인 물에 빠지게 되었다. 이놈이 자세를 바로 잡아 다시 날아가 보려고 안간힘을 쓰며 온갖 고생을 하기 시작하였다.

나는 물끄러미 그 파리 한 마리의 신세를 관찰하면서, “네가 다시 자세를 바로 잡고 날아갈 수 있으면 조국의 자유민주주의는 가능할 것이고, 네가 만일 거기에서 못 벗어나서 날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며 한참 동안 그 파리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 가련한 파리가 하도 오래 동안 바둥거리고 있어서 처음에는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느 순간 그 파리가 빨딱 몸을 뒤집어 날개의 물을 떨치며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민주주의가 승리할 터이니 두고 봐라!” 내 가슴속에 그런 뜨거운 신념이 용솟음쳐 올라왔다. .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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