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6/30(토) 자유주의자, 군국주의자 (61)

 

김지하가 영등포 교도소로 가는 호송차 안에서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선생님의 수갑을 찬 두손과 저기 있는 탱크를 동시에 사진으로 찍고 “자유주의자와 군국주의자의 최단거리” 라는 제목을 붙이면 멋있는 작품이 되겠습니다.”

그 말이 매우 재치 있는 한마디인 것도 사실이었지만, 군국주의를 반대했기 때문에 감옥에 갈 수 밖에 없었던 우리들의 신세를 한탄하는 말인 듯했다. 우리는 왜 그런 고생을 해야 했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김지하는 정보부원들에게 조사를 받으면서 황당한 심문을 많이 당했다고 한다. 그 가운데는 김지하가 국가를 전복한 후에 단행할 조각을 이미 끝냈다는 협박 비슷한 불호령도 들었고, “국무총리는 누굴 시킬 것이냐”라고 묻는 바람에 갑자기 할 말이 없어서 “김동길 교수가 어떻습니까?”라고 대꾸한 일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 시인이 어떤 인물들을 등용하여 조각을 완료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때 우리가 살던 세상은 그런 한심한 세상이었다. 시인이나 대학 교수가 그렇게도 할 일이 없어서 국가를 전복할 엄청난 계획을 세웠겠는가?

재판을 받기 전, 검사가 교도소로 나를 찾아와 조서를 꾸미면서 그런 이야기를 늘어놓기에 나는 그런 뜻이 전혀 없다고 분명히 말을 했으나 그 검사는 “재판에 가서 뒤집으면 됩니다”라고 엉뚱한 소리를 하며 슬쩍 넘어가더니 내 신세가 그만 그 꼴이 되고 말았다.

김동길
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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