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29(금) 최단 거리 (60)

 

법원의 1심 판결을 받기 위해 나는 여러 번 끌려 다녀야 했고, 1심 공판에서 형기가 언도 되었는데 징역 15년에 자격 정지 15년이었다. 무보수로 나의 재판의 변호인으로 내 사건을 담당 하였던 변호사는 한승헌 이었다. 그는 유능하고 똑똑한 사람이어서 변호를 여간 잘 하는 것이 아니었지만, 검사의 구형대로 형기가 확정되었으니 똑똑한 변호사도 별 수 없었다.

검사의 구형대로 형벌이 떨어지는 것을 “들었다 놨다”라고 하는데, 나의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나는 법정에서 아예 항소를 포기 한다고 선언하고 다시 구치소로 돌아 왔지만, 1 주일 사이에 항소를 하지 않으면 1심의 형이 확정되는 것이 형법이라고 들었다.

나는 어느 날 교도소 호송차를 타고 15년 징역을 살기 위해 안양 교도소로 가고 있었다. 그날 같은 교도소 호송차 안에 시인 김지하도 타고 있었다. 그 사람을 영등포 교도소에서 내려놓고 나머지 죄수들은 안양이나 그 밖에 다른 교도소로 이감하게 되어 있었다.

그날은, 10월 1일, 국군의 날을 며칠 앞두고 여의도에서 그 행사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 호송차는 여의도 광장을 거쳐야 영등포 교도소에 갈 수 있었다. 내 옆에 앉아있던 김지하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그날 그 사람 김지하가 그 자리에서 나를 보고 건넨 그 한마디는 영원히 내 가슴속에 살아남아 있을 것이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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