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25(월) 한밤이 가고 아침이 되어 (56)

 

한밤을 편안하게 자고 일어나 앉아 있는데 아침 식사가 배급되었다. 밥과 국을 감방마다 나누어 주는 어린 죄수들은 대개가 소매치기 출신이라고 하였다. 그 애들의 손놀림이 빠르니 그들에게 급식일을 시키는 모양인데, 식사는 찍어서 나오는 이른바 ‘가다밥’ 한 그릇과 국 한 그릇 뿐이었다.

그 국 맛을 보니 시래기 국인데 소금 맛 뿐 이었다. 그것을 한 수저 떠먹으며 나는 나 자신에게 “잘 먹어야 한다. 아직 재판은 받지 않은 몸이지만 얼마를 이 곳에서 지내게 될지 모르는 일이니 먹을 수 있는 만큼 잘 먹어야 견딜 것 아닌가”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밥 한 그릇, 국 한 그릇을 거뜬히 해 치웠다.

식사를 끝내고 조용히 앉아 있는데, 좀 전에 급식을 하던 그 소년 죄수가 음식을 넣어주는 식구통으로 방을 들여다보았다. 어제 밤에 들어온 ‘손님’인데 깨끗하게 음식을 다 비운 것을 보고 내 얼굴을 쳐다보면서 요놈이 뭐라고 하는가 하면 “처음이 아니시군요?”라고 하는 게 아닌가! 그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 처음이 아니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대개 처음 감옥에 들어오는 사람은 며칠 동안 식사를 전혀 하지 못한다고 한다. 나는 그걸 꾸역꾸역 다 먹고 그 놈에게 그런 모욕적인 말 한 마디를 들었지만, 어찌 생각하면, 모욕이 아니라 자기와 똑 같은 ‘죄수’라는 동류의식에서 비롯된 표현이었을 것이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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