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6/21(목) 역경을 헤치는 지혜 (52)

 

살다보면 사람은 누구나 어려운 고비에 접어들게 된다. 사람은 누구를 상대하느냐에 따라서 격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회장이나 사장을 상대하는 사원이 있을 수 있고, 밤낮 빌딩 입구에 서 있는 수위와 싸우는 것이 취미인 사람도 있다. 사람이 사람 구실을 하려면 상대를 잘 선택해야 하고 그 상대에게 대들 때에도 적절한 시기를 잘 포착해야 한다.

나는 학생 시절에 당시 문교부 장관이던 안호상을 상대로 학도 호국단 문제로 크게 다툰 일이 있었다. 학원에게 조직하라고 시달된 학도 호국단 창설을 히틀러의 나치당이 만든 청소년 조직 ‘유겐트’에서 배운 것 아니냐고 나는 대들었다. 그런 뚜렷한 주장을 서슴없이 피력하였기 때문에 나는 대학 3학년 때 요즘말로 하자면 총학생회의 회장으로 선출된 것이었다.

국가를 경영하는 대통령 박정희가 유신 헌법을 선포하고 유신 체제를 시행해야 할 만한 그 어떤 명분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유신 헌법을 선포하면서 “유신 헌법은 찬성할 자유는 있지만 반대할 자유는 없다”라고 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 한 줄의 단서가 없었어도 나는 박정희에게 전면 도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젊은 후배들에게 자유민주주의를 가르칠 책임을 진 나로서는 그것은 절대 용서할 수 없는 단서였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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