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14(목) 체면을 잃은 세상 (45)

 

사회가 극도로 혼란해지는 격동기를 겪게 되면 무엇보다도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예의범절이 그 자취를 감추게 되는 것 같다. 어제까지만 해도 백 총장 앞에서는 말 한마디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공손하기 짝이 없던 교수들이 돌변하여 농성을 해서라도 감히 그 총장을 퇴출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백 총장을 성토하고 공격하는 그런 교수들을 보면서 “저 사람이 저럴 줄은 몰랐다”라는 심각한 고민을 하던 그 때가 지금도 선명하게 회상된다.

소강당에 교수들이 모여서 교수들의 처신을 놓고 갑론을박을 하는 예상치 못했던 사태가 벌어졌다.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 교수가 정치적으로 변모해 농성을 벌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몇몇 교수들이 최현배 당시의 부총장을 찾아가 이런 사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가지고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때 그 자리에 모인 교수들은 최현배, 김하태, 홍이섭, 최재서, 이봉국, 조우현, 김동길 등이었다. 그런 경위로 ‘7교수’의 모임이 성립되었다.

결론은 무엇이었는가? “사표를 내고 학교를 물러나자. 이런 상황에서 교육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교수들의 농성 사태에 항의하여 ‘7교수’가 사표를 던진 그 사실은 곧 그날 석간신문에 보도가 되어 연세대학의 분규는 이제 하나의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것이었다. 우리는 알고 있었다. 농성이 오래 지속 될 수는 없다는 것을.

김동길
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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