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04(월) 부산 교원대학장 사택에서 (35)

 

내가 샌프란시스코에서 타고 온 화물선 White Bear가 2 주쯤 뒤에 부산항에 도착했을 때, 이근섭이 언급한 젊은 여자 강숙자가 부산 부두에 나를 맞이하러 와 있었다. 그의 아버지가 부산교대 학장이어서 나는 그 사택에 가서 하루를 묵고 다음 날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 올 예정이었다. 강숙자는 자세히 관찰해보니 얌전하고 똑똑한 여자여서 이근섭이 내 승낙을 받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나의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웃음을 참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시아버지 될 분도 아닌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라며 강숙자가 이근섭의 아내가 된 과정에 대하여 매우 의심스러운 눈으로 내 이야기를 들어 준다. 하지만, 계속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이 이 이야기를 듣는 모든 주변 사람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인 것을 나더러 어쩌라는 것인가?

그 친구 이근섭은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삶의 자세가 늘 바른 사람이어서 나보다 더 오래 살줄 알았는데 먼저 가버렸다. 우리는 일찍 헤어졌지만, 그의 아내 강숙자는 내가 오래동안 주관하는 “예수모임”에 지금도 열심히 참석한다.

그러나 강숙자는 찬송은 열심히 부르는데, 내가 설교를 하기 시작하면 틀림없이 잠이 든다. 그런 실례가 어디 있는가 할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강숙자는 그와 이근섭의 사이를 내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복수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반드시 잠을 잔다.

김동길
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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