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02(토) 권투 국가 대표 선수와도 싸웠다 (33)

 

한번은 다른 과의 어떤 학생과 싸움이 붙어서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는데, 나와 싸우는 그 사람을 돕기 위해서 추상점이라는 학생이 나타나서 그 사람 편을 들어서 나는 부득이 그와 붙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추상점은 그 당시 권투 국가 대표 선수였다.

나도 힘깨나 쓰는 사람이었지만, 권투 국가 대표선수의 주먹을 당할 수는 없었기에 얻어터지면서도 끝까지 싸웠다. 바로 연대 학관 뒤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 권투 선수 입장에서는 자기와 나 사이에 벌어진 싸움이 아닌데 자기가 끼어 든 것뿐이니까, 한참 나에게 주먹질을 하다가 물러나고 말았다.

많이 얻어터지기를 했지만, 다음 수업 시간이 영문과 최재서 교수의 영문학 강의 시간이어서 그 꼴을 하고 강의실에 들어가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다행히도 그 비참한 형편을 눈치 채는 사람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았다.

그러나 그 다음 날, 추상점이 나를 찾아와서 “형은 참 무서운 사람이요”라고 사과 아닌 사과를 하고 돌아갔다. 나는 상대방에게 얻어터지는 한이 있어도 내 잘못이 있다고 내가 인정하기 전에는 절대 굴복하는 일은 없었다. 나는 매를 맞아야 하는 싸움도 언제나 싸울 용의가 있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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