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01(금) 목사의 아들과 광산업자의 아들 (32)

 

이근섭은 목사의 아들이라 그런지, 그 성격이 사나운 면이라고는 전혀 찾아 볼 수 없고 정말 남자답지 않다고 할 수도 있을 정도로 점잖기만 한 사람이었다. 반면에, 나는 면장 노릇을 하다가 광산업에 손을 대고 한평생을 실패만 거듭하였던 그런 아버지의 아들이라 그런지, 상당히 투기적인 면도 있었고, 또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는 싸움도 곧잘 벌이는 사나운 면도 있었던 혈기 왕성한 젊은이였다.

나는 학생 때에도 줄곧 부당한 일에는 참지 못하는 정의파였다. 연희대학에서는 교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일이 절대 용납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학생이 강의실에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면 내가 그런 꼴을 보고 가만히 있었던 학생이 아니었다. 다짜고짜로 그 사람을 행해 “담배 꺼!”라고 한마디 던지면 순순히 담배를 끄는 사람하고는 그 어떤 싸움도 벌일 일이 없었다.

그러나 들은 체 만 체 계속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는 내가 그대로 볼 수가 없어서 “나가!”라고 한마디 하고 학교 뒷산으로 올라가 한판 주먹 싸움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 나의 친구 이근섭은 나를 따라 나와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 가방을 들고 내가 그 싸움에서 이기기만을 노심초사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기골이 장대했던 나는 그런 싸움에는 매번 이겨서 상대방의 항복을 받아내고야 끝을 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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