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31(목) 나의 친구 이근섭 (31)

 

사실상 친구가 많다는 사람은 친구가 없는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다. 말이 통하는 친구를 “Bosom Friend" 라고 하는데, 그런 몇 되지 않는 친구가 이근섭이었다.

해방이 되고 장충단에 있던 일본인 가옥들을 얻어 살던 모모한 사람들이 그 적산 가옥들을 서울에 진주한 미국 장교들에게 비워줘야 할 때가 되었기 때문에, 미군정 당국은 이대와 연대 사이에 사유지를 넓게 매입하여 그곳에 이른바 영단주택을 수십 채 지었다. 나의 누님이 이화여대에 있으면서 정일사 씨가 입수한 신촌에 지은 영단주택을 그로부터 구입하게 되어 우리는 새로 지은 영단 주택에 입주하게 되었다. 평수는 건평이 한 20여평 되는 조그만 주택이었으나, 대지는 100평이나 되는 비교적 넓은 집이었다.

나의 친구 이근섭의 아버지는 미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이환신 목사였다. 그는 해방 뒤에 연희대학에 교수로 취임하여 초가집 사택에 살다가, 우리가 확보한 영단주택을 구입할 수 있게 되어 우리 집 가까이 이사를 오게 되었다.

1947년부터 우리는 항상 붙어 다니며 친구로 학생 시절 뿐 아니라, 그 뒤에도 오랜 세월 동고동락을 해온 사이가 되었던 것이다. 이근섭은 성격이 나와 딴판이어서, 내가 어떤 학생과 주먹 싸움을 시작하면 늘 내 가방을 들고 가까이에서 근심스런 얼굴로 지켜만 보고 있었던 학생이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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