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27(일) 원산에서 의정부로 (27)

 

아침이 되어 원산의 그 여관에서 어머니와 마주 앉아 아침상을 받았다. 상에는 금방 구어올린 고등어 한 마리가 있었는데, 나는 그렇게 물 좋고 맛 좋은 생선을 먹어 본 적이 없었다. 그 고등어의 맛은 90이 넘은 오늘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어머니와 나는 멀고도 험난한 길을 가야하는 모자였다.

기차를 타고 우선 철원까지는 가야 하는데, 기차 안에서 월남하는 자라는 것이 발각되면 체포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나의 어머니는 임기웅변에 재능이 뛰어나신 분이여서, 원산에서 멸치 한 포대를 사서 내 등에 짊어주시며, “기관원이 기차에 올라와서 너에게 어디에 무엇을 하러 가느냐고 물으면, 멸치 장사라고 대답해라”고 일러 주셨다. 아들의 안전을 도모하는 어머니의 배려였다. 기차는 만원이었다. 다행히 기관원이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냥 지나가버렸다.

철원 역에서 무사히 기차에서 내려 나는 멸치 보따리를 짊어지고 경기도 연천을 향해 가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달빛도 없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었다. 물론 안내자가 있었다. 우리 일행 중에는 김영성 권사와 그의 딸 정확실도 있었다. 정확실은 서문고녀 출신으로 월남하여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하였고 후에 국무총리가 된 이영덕의 부인이 되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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