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19(토) 내가 아니면 누가? (19)

 

해방 직후 평양 시내에서 벌어진 소련군들의 횡포를 내가 아니면 누가 기억했다가 후세에게 전해줄 수 있겠는가? 소련 병졸들의 횡포뿐만이 아니라 부녀자들을 겁탈하는 만행도 비일비재하여 그 시대의 젊은 여성들은 전전긍긍하였다.

한번은 기차를 탔는데, 장교들의 객실 차량이 따로 있었으나, 우리들과 함께 기차를 타고 가는 병졸들 중에는 앉을 자리가 마땅치 않으면 짐을 올려놓는 선반에 기어 올라가 잠드는 자들도 적지 않았다. 소련 사람들은 ‘흘리에브’라는 흑색 빵을 먹었는데, 병사들은 그걸 끼고 다니고, 때로는 베고 자기도 했다. 양말을 신고 장화를 신는 자는 없고, 모두 헝겊 한 조각으로 엄지발가락부터 발을 싸는 ‘발싸개’를 두르고 장화를 신었다. 그 뿐 아니라, 식사할 때 사용하는 포크와 스픈도 그 장화 속에 넣어가지고 다니는 것을 보았다.

소련군의 횡포에 대하여 당시의 인민위원회에 호소를 하면 “우리를 해방시켜준 해방군인데, 좀 봐 주어야 하지 않겠소”라는 답 밖에 없어서 당국에 호소를 해도 개선책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소련군의 등에 업혀 등장한 김성주라는 이름의 김일성 장군은 30대에 젊은 시람 이었는데, 그가 평양 역전 광장에서 강연하던 모습도 내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김동길
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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