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18(금) 소련군이 평양을 점령하였다 (18)

 

영유에서 내가 가르치던 국민 학교로 되돌아 갈 수가 없을 것 같아 학교에는 사표를 써서 보내고 이 놀라운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옳은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평양 시내에는 차량들이 많이 오가는 것도 아니었건만 소련군 병사들이 교통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 병사들은 하나같이 머리를 빡빡 밀어 깍은 상태였는데, 그들은 군대의 감방에 수용되었다가 풀려난 자들이라고 하였다.

전차와 기차는 계속 운행되고 있었는데, 소련의 장교와 졸병들도 같이 타고 다녔다. 소련의 군인들은 전과자들이기 때문이었는지 도둑질을 잘하고 강도로 돌변하기도 하여 내가 살던 동네에서는 집집마다 깡통을 여러 개 연결하여 어느 한집에 도둑이 들면 그 깡통을 흔들어 요란한 소리가 나게 하여 도둑이 들었다는 사실을 이웃에게 알려주곤 하였다.

어느 추운 겨울 날, 평양 신궁 앞을 지나다가 소련 병사 하나가 가계에 팔려고 내놓은 삶은 계란을 담은 함지박을 통째로 들고 외투로 감싸고 주인이 안 보는 틈에 도망을 가고 있는 것을 나도 목격하였다. 일본군 창고에서 약탈해온 ‘개털오바’를 팔아 손목시계를 셋, 넷 양팔에 차고 자랑스럽게 다니는 놈들도 적지 않았다.

김동길
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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