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17(목) 뽕나무 밭이 바다가 된다더니 (17)

 

세상이 몰라볼 정도로 엄청나게 사태가 변하는 것을 두고 ‘상전백해’ 라고 하는데, 대일본 제국이 하루아침에 망하는 것을 보고 일본인만 크게 놀란 것이 아니다. 식민지 35년을 경험한 조선인도 크게 놀란 것이 사실이었다.

우선 어제까지는 일본어만 사용하던 선생들이 갑작스레 조선어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출석부의 학생들 이름이 모두 일본식 이름이어서 자기 성씨를 찾아서 출석부에 올리는 일도 쉽지는 않았다. 김씨, 이씨, 박씨로 자기 성을 되찾고 조선어로만 말을 해야 하는데, 학생이나 선생에게 그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름을 부르면 학생들은 ‘예’ 라고 대답해야 하는데, 그들의 입에서 한결같이 일본어로 ‘하이’가 튀어나와 학생도 선생도 민망하기 짝이 없었다.

각급 학교가 일대 변화를 격어야만 했기 때문에 2 주일쯤의 휴교가 필요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기간 중에 나는 평양의 집으로 돌아가서 사태를 관망해야만 했다. 학교 친구들을 만났더니 우리들에게 미술을 가르쳤던 니노미야 라는 일본 선생이 분뇨 통을 메고 평양 거리를 걸어가는 모습을 보았다고 하였다. 설마 그런 일이 있었을까 의심을 하면서도 개벽된 천지가 눈앞에 전개되고 있는 것이 어김없는 사실이었다.

김동길
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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