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16(수) 도둑처럼 찾아온 해방 (16)

 

해방이 되고 나니까 “나는 그렇게 될 줄 알았다”라고 예언자처럼 뇌까리는 자들이 많았지만 일본이 패망할 것은 확실히 알았던 조선인은 몇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해방이 되니, 영유골에 젊은이들이 제일 먼저 한 일은 그동안 어디에 감추어 두었던지 알 수 없는 태극기를 꺼내서 막대기에 붙들어 매고 흔들면서 뒷산에 마련되었던 일본 신사 비슷한 사당으로 몰려갔다. 일본인은 조선인을 휘어잡기 위해 신사나 신사에 버금가는 사당에 참배할 것을 강요하였었기 때문에 그들이 그 사당을 보기 좋게 때려 부셨던 일은 매우 상징적인 거사였다.

일본 패망의 뉴스는 1945년 8월 15일 12시에 방송되었다. 중대 방송이 있을 것이라는 보도는 그 전날 밤부터 전해져서 무슨 일인지 궁금하게 여겼었으나 그 시골에 라디오를 가진 집이 몇 없었기 때문에 큰 가게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그 중대 방송을 기다리고 있었다.

뜻밖에도, 녹음된 일본 천황 히로히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대 일본 제국은 연합국에 대하여 무조건 항복합니다”라고 요약 할 수 있는 방송이었다. 함께 그 방송을 듣고 있던 일본 교장의 고개가 뚝 떨어지면서 “이렇게 빨리 망할 줄은 몰랐어” 라고 한마디 하였다.

김동길
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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