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14(월) 국민학교 선생이 되어 (14)

 

태평양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일본군 당국은 계속 미국을 무찌르고 있다는 허위 보도만 일삼고 있었지만 알 만한 사람들은 모두 일본 제국의 패색이 짙어가고 있다고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모든 국민을 한동안 속일 수는 있다. 그러나 모든 국민을 언제까지나 무한 속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들은 학제를 바꾸어 5년제를 4년제로 만들었고, 전문학교와 대학의 문과를 아예 모집하지 않았다. 나는 하는 수 없이 국민학교 교사 자격시험을 보고, 합격을 하여 평안남도 평원군 영유 읍에 있는 괴산 공립 국민학교에 부임하게 되었다.

평양에서 영유까지가 상당히 먼 거리여서 기차를 타고 가다가 목탄 버스를 갈아타고 영유읍에 도착하여 어느 여인숙에 하루를 묵었던 것 같다. 어머니가 싸주신 김밥이 오랜 시간이 지나 신선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맛이 좀 변한 듯한 느낌도 들었지만 어머니의 정성을 생각하여 그 김밥을 다 먹었다. 그래도 배탈은 나지 않았다.

이튿날, 4월 2인인가 3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침에 학교를 찾아가 일본인 교장에게 인사를 하고 학생들이 전부 교정에 모인 자리에서 교단 위에 올라가 새로 부임한 교사 아무개라고 소개를 받았다. 그날 아침, 교정에는 개나리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김동길
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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