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13(일) 세상은 변하는 것을 (13)

 

맏아들의 전사 통지를 받고 나서 아버님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 잘못이다. 내가 네 형을 먼 곳에 숨겨두어 버티어 볼 생각을 해 보기도 했었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그 마음을 나도 이해할 수 있었다.

만일에 그 형을 어디에 숨겨두고 우리 가족이 살았더라도 그 또한 얼마나 힘든 일이었겠는가? 헌병들이 매일같이 우리집에 찾아와 식구들을 괴롭혔을 뿐만 아니라, 친척들도 틀림없이 시달림을 당했을 것이니 그런 용단을 내리시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전시 체제 하에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 격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아들을 잃은 부모의 마음은 어떠했겠는가? 나의 어머니는 비록 아들의 유골은 받아 돌아오기는 했지만 그 일이 사실이라고 믿지 않으셨다. 이제 해방이 되었으니 맏아들이 어디 숨어 있다가 살아서 돌아올 것이라는 허망한 꿈을 안고 매일 기다리고 또 기다리셨던 사실을 나는 안다. 그날은 이 나이가 되어 돌이켜 보기만 해도 인생이 고통의 바다라는 옛글을 되새기게 한다. 인생이란 슬픈 것이다. 그래도 산 사람은 그 모든 슬픔을 이기고 살아야만 한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김동길
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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