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12(토) 평양역에는 궂은비 내리고 (12)

 

나의 형에게는 6월 어느 날 입대하라는 통지가 왔다. 나의 형이 조그마한 보따리 하나를 어깨에 메고 지정된 날 평양 근교 선교리에 있는 일본 병영을 찾아가던 날 식구들이 모두 따라나서서 동행을 했다. 그 부대의 정문 가까이 까지 가서 형은 우리에게 인사를 하고는 혼자 가깝고도 먼 그 길을 걸어서 병영 문 앞까지 가서 우리들을 돌아보며 손을 한번 흔들고 사라져 버렸다. 그것이 우리들에게는 마지막 형의 모습이었다.

형의 전사 통지서가 우리 집에 날아 들어온 것은 7월의 어느 날이었다. 그는 군대에 가서 한 달쯤 뒤에 목숨을 잃은 것이었다. 그의 유골을 간직하고 있던 그 부대를 찾아 아버지와 어머니는 평양역에서 기차를 타고 만주 땅 어디론가 다녀와야만 했다. 며칠 후에 나의 아버지는 하얀 아들의 유골 상자를 목에 걸고 돌아오셨다. 부모님이 도착하시던 날 평양역 광장에는 궂은비가 내리고 있었다.

형을 잃은 동생의 마음이 그러했거늘 맏아들을 잃은 아버지, 어머니의 마음이야 어떠했었을까? 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뭉클하다. 형의 유골은 갑자기 매장할 곳이 없어 한동안 우리 기림리 집 선반위에 놓여 있었다. 오죽하면 인생을 고통의 바다라고 하였겠는가?

김동길 호
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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