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10(목) 일본이 미국에 선전포고를 하다 (10)

 

내가 중학교 1학년에 입학 했던 때가 1941년이었다. 그 해 12월 8일, 매우 추운 날이었는데 일본인 교사 카지와라가 우리에게 일본 문학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레 학교에서 심부름 하는 젊은 직원이 교실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서 종이쪽지 하나를 그 일본인 선생에게 전해 주었다.

카지와라는 그 내용을 읽으면서 추운 날씨였는데도 얼굴이 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우리들에게 전해주는 것이었다. “대 일본제국은 북미 합중국에 대하여 선전을 포고를 하였고 이미 일본이 엄청난 승리를 거둔 것 같다.” 그는 다소 긴장하였지만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듯하였다.

그날부터 일본이 패망하던 1945년 8월 15일까지 일본인과 조선인은 다 함께 그 무서운 전쟁에 시달리며 살아야만 했다. 식량도 물자도 구할 수 없는 궁핍한 세상이 되어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배급 제도를 실시하였다.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할 수 있는 양곡 밖에 주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산에 가서 풀을 뜯어다 죽을 쑤어 먹어야 하던 때가 많았다. 쌀은 공출제가 되어 쌀의 운반조차도 감시 하에 이루어 졌고, 막판에는 콩기름을 짜고 난 찌꺼기 대두박을 배급 주는 지역도 적지 않았다.

김동길
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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