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09(수) 상수에서 평고로 (9)

 

내가 소학교 상급반이 되었을 때 조선어 교과서가 없어지고 일본어 전용이 강요되었을 뿐 아니라 학교 이름도 소학교에서 국민학교로 바뀌었다. 상수학교 옆에 만수학교가 있었고, 그 옆에 평고 벽돌 건물이 우뚝 서 있었다. 만수학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폐교가 되고 그 건물을 평고에서 쓰게 되었다.

내가 평양 고등보통학교에 입학했을 때에는 총독부가 강제로 교명을 평2중으로 바꾸고, 일본인들의 학교를 평1중이라는 이름으로 개칭하였다. 이에 반대하는 우리 선배들이 교문에 달린 학교의 간판을 여러 차례 몰래 떼어서 버리기를 반복했지만, 일본 군국주의를 이겨 낼 도리는 없었다.

내가 평생 학업이 우수하다 하여 상을 받은 건 꼭 한번 뿐인데, 그것은 내가 소학교를 졸업할 때였다. 그때 상으로 받은 일본어 사전 <언원> 이 어쩌다 38선을 넘어와 아직도 내 손에 있어서 나 자신의 유일한 자랑거리로 남아있다. 우등상으로 받은 그 사전에는 “소행 선량,” “학업 우등”이라는 도장이 분명히 찍혀있다. 그러므로 그 누구도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 했을 때는 우등생이었다는 사실은 의심할 수 없다.

김동길
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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