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02(수) 나는 누구인가? (2)

 

자기소개를 먼저 하는 까닭은 읽는 이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나는 평범하게 태어나 평범하게 살다가 평범하게 노년을 맞이한 평범한 인간이다. 겸손한 사람으로 보이려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말일 뿐이다.

나는 낭림산맥 기슭에 위치한 매우 험한 산골인 맹산에서 태어났다. 1928년 10월 2일,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던 때에는 나의 아버님은 평남 맹산군 원남면의 면장이셨고, 나의 어머니는 25살의 젊은 나이였지만, 내 위로 이미 일곱 살과 네 살 위 누님과 형님이 있었다.

사촌들 까지도 다 한집에 모여 살았던 우리 마을에는 유난히 맑은 시내물이 흐르고 있었다. 내가 빨가벗은 갓난아기로 형에게 안겨서 찍힌 사진 한 장이 있었는데, 6.25 사변 통에 그 사진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족히 화제가 될 만한 한 장의 사진이었는데!

나의 누나는 자기가 나를 업어서 키웠다고 줄곧 자랑했지만, 나에게는 그런 기억이 전혀 없다. 남보다 한 해 일찍 보통학교를 졸업한 나의 누나와 형, 그리고 나는 어머니 손을 잡고 시골집을 떠나 평양이라는 큰 도시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때 나는 다섯 살쯤 되는 어린아이였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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