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12((월)구십이자술 76(늙으면 죽어야지)

 

"늙으면 죽어야지"

     누구나 다 아는 말이기는 하지만 노인을 향해서 직접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없다. 나도 노인이 되어보니 만일 어떤 사람이 나를 향해 직접 "늙으면 죽어야지"라고 한다면 노인인 내가 기뻐할 리는 없다. 그 사람은 당연한 얘기를 한 거지만 사람이 사는 거나 죽는 일이 그 사람의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젊은 사람들이 노인을 향하여 굳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노인은 대개 이런 핑계 또는 저런 핑계로 이 세상을 하직하게 되어 있다.

      나도 90이 넘은 노인이 되어 내가 노인이라는 사실을 심각하게 생각해 본다. 내가 원해서 나의 오늘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정신 없이 살다보니 어느덧 나이가 90이 넘고 가깝던 친구들도 대개 떠나고 나만 외롭게 남아있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건강한 노인이 있는 것처럼 잘못 말하는 사람이 많다. 솔직히 말하면 건강한 노인은 없다. 왜? 세월이 가면 사람의 몸은 자연 기진맥진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일종의 자연현상으로 아무도 바꾸지 못 한다.

       중국 사람들이 '회춘'이라는 말을 많이 썼다. 나이 많은 사람이 젊은 사람과 결혼하면 오래 산다는 미신이 있는데 전부 실패로 돌아갔다. 나이든 여자를 상대하기도 어려운 노인이 젊은 여자를 상대한다면 오래 갈 수는 없다는 게 자명한 이치가 아닌가. 그러나 그런 잘못된 길에 들어선 사람은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잘못된 희망을 가지고 여러 가지 잘못된 행동을 되풀이하게 되는데 결과는 좋지 않은 것이다.

       제대로 나이를 먹는다는 것도 하나의 예술이라고 볼 수 있다. 나이든 사람이 나이든 사람답게 사는 것이 보기 좋다. 남들이 늙었다고 할까봐 안간힘을 쓰며 젊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자는 한심한 종말을 맞이하게 마련이다. 오늘 사람들이 예전보다 오래 사는 것이 사실이다. 오래 산다고 하여 50년, 100년 더 살게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노인들이 자각하여 젊은 사람들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도록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노력을 안 하면 사회가 어지러워진다. 노인이 노인다워야 젊은 사람이 젊은 사람다울 수가 있다. 나이든 사람들이 '젊은 척'하고 살아가는 꼴이 가장 한심하고 어리석은 일이다. 젊은 사람처럼 입고 다니고 모든 행동거지가 젊은 사람들을 무색케 하는 노인이 있다면 그 사람의 철학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

     사실은 노인이 되어보기 전에는 노인의 고민이 뭔지 잘 모른다. 노인들이 제대로 노인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노인 자신이 불필요한 욕망을 버려야 한다. '백세시대'를 살 수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직은 어림도 없는 이야기다. 그뿐만 아니라 그렇게 오래 살아야 할 필요도 없다. 무슨 특별히 할 일이 있다고 만사를 무릅쓰고 오래 살겠다는 것인가. 겸허한 자세로 살다가 적당한 때에 적당한 이유가 있어 얼굴에 미소를 띠우고 떠나는 것이 인간의 가장 올바른 삶의 자세라고 할 수 있다.

     떠날 준비는 하지 않고 떠날 날을 맞이한다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다. 사람은 노력만 가지고 오래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늘의 뜻이 있어야 사람은 장수할 수 있는데 차차 시대가 바꾸면서 인간의 장수를 좋게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 무슨 특별히 할 일이 있다고 오래 살겠는가. 젊어서 할 일을 하고 때가 되면 조용히 떠나는 것이 인간의 할 일이라는 것에 의심에 여지가 없다. 세상을 떠나는 것을 비극적으로만 보는 것은 철학이 부족해서 그렇다.  미래를 캄캄하게만 보는 것도 그것도 죄악스러운 일이다.

     생명의 영원함을 믿는 것이 종교다. 하나님을 만나본 사람이 없기 때문에 누구도 큰소리 칠 수는 없지만 인간은 죽음과 함꼐 모든 삶이 끝난다고 생각하는 것도 잘못된 철학이라 생각한다. 하나님의 존재를 믿는 이도 있고 안 믿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고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 하나님의 존재를 부인하는 사람보다 똑똑하다고 주장할 근거도 없다. "다 모르는 세계를 더듬는 것이므로".

      인생을 이만큼 살면서 깨달은 바가 있다. 하나님은 존재하고 그 하나님은 절대자이고 그 하나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에 인간의 생명은 영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죽음이 인간의 마지막이요 죽음 뒤에는 허무한 세상밖에 없다면 우리는 이 지구상에 태어나 살만한 가치를 만들 수가 없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주장하는 인간이 '영장'의 자리를 굳힐 수 있는 유일한 근거가 바로 '생명이 영원하다'는 믿음이다.

     나는 뜻밖에 오래 살게 되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은 생명의 영원함을 계속 주장하며 모든 동포들을 향하여 "기죽지 말고 얼굴에 미소를 띠고 살아보자"고 끊임없이 부탁할 것이다. 서양 옛날 속담에 "노병은 죽지 않는다"라는 한마디가 왜 있겠는가. 그런 믿음이 있어서 인생은 생각보다 아름다운 것이고 생각보다 진실한 것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더 삶에 대하여 긍정적인 자신을 갖게 된다. 고마운 일이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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