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06(화)아들딸이 없어도(1099)

 

아들딸이 없어도

      나는 나 자신의 아들딸을 가져본 적이 없다. 백 세를 바라보는 노인이 되어 곰곰이 생각할 때 우리 사회에 대하여 나의 책임을 다하지 못 한 사실을 시인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 자신이 책임져야 할 아들과 딸이 없기 때문에 홀가분한 기분으로 이렇게 오래 살아왔다.

       만일 아들딸이 있어서 학교에 다녀야 했다면 그 아이들의 성적에 대해서 내가 무관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야단을 쳐서 공부를 하게 만드는 것처럼 무리한 일은 없다. 공부는 자기가 좋아서 해야 공부지 아무리 부모의 말이라고  하더라도 부모의 야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부한다는 것은 이치에 어긋난 일이라고 나는 믿는다. 만일 아들이나 딸이 학교에 다니면서 공부를 그 아버지가 원하는 만큼 하지 못 한다면 그렇게 면구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학교 성적이 많이 뒤떨어지다가도 때가 되면 공부를 썩 잘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들었지만 그런 과정에서 그 아이들의 아버지는 얼마나 심한 마음고생을 하게 될까. 아이들의 아버지가 마음공부를 하여 아이들이 공부 못하는 것을 부끄럽지 않게 만들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인생사가 그렇게 쉽게 굴러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공부 못하는 아들딸을 가진 부모는 말할 수 없는 마음고생을 할 수밖에 없다.

      아빠라는 사람은 아무 죄도 없다. 공부 못하는 아들딸을 낳은 것밖에. 내용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인생사에는 사리에 어긋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 하는 아들딸이 있어 그 부모가 담임선생의 호출을 받아 학교에 갔다고 한번 상상을 해보라. 그 자체가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그런 일 때문에 자존심이 상하는 그런 경험 없이 일백 세를 바라보는 한 시대의 노인이 되었으니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 인간이 어느 시대이건 이 세상에 태어나서 70년 혹은 80년의 인생을 어떤 누구에게도 모욕을 당하지 않고 떳떳하게 산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더욱 "인간생존의 존엄성"이라는 한마디를 되새기게 된다. 이 지구상에 태어나는 모든 사람이 자존심을 지키고 한평생을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나는 믿고 있다.

 

김동길

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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