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04(일)코 하나만 믿고(1098)

 

코 하나만 믿고

    아직 젊은 나이에 냄새를 제대로 맡지 못 하여 고민하는 사람들을 더러 본 적이 있다. 사람이 나이가 많아지면 눈도 잘 안 보이고 귀도 잘 안 들리고 얼굴에 자리 잡은 갖가지 기능이 쇠퇴하는 것은 사실인데 내 경험을 두고 말하자면 사람에게 있어서 그래도 가장 오래 유지되는 기능이 냄새 맡는 기능일 것이라고 믿고 있다.

    시인들 중에서도 월트 휘트먼이라는 미국 시인이 냄새에 대하여 남달리 예민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냄새 맡는 능력에 개인별 차등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또 어떤 집안의 식구들은 남달리 후각이 예민하여 가족 모두 냄새에 대하여 민감한 경우가 있다. 우리 집안은 아버님이 시작하신 사업이 실패하여 고생을 많이 한 때가 있었는데 그 가난 속에서도 나의 어머님의 후각은 소문이 날 만큼 유명하였고, 내 누님도 예외는 아니었다. 가난한 살림을 살면서도 냄새에 대하여 민감한 사실은 어쩔 수 없었다. 내 누님은 파나 마늘 냄새를 싫어 하셨는데 부엌에서 쓰는 칼이 그 중 어느 한 가지를 자르거나 이긴 경험이 있으면 그 칼은 상당한 기간 그런 죄명을 지니고 있어야만 했다. 옛날에 우리 가까운 집에서 심부름 하던 아이가 내 누님이 하도 냄새에 대하여 까다로우니 그 코의 성능을 찬양하는 뜻에서 선생님 코는 미제코네요라고 할 만큼 남다른 기능을 지니고 있었다

    가난한 학생으로 유학하던 때에는 어쩔 수 없었지만 호주머니에 좀 여유가 생긴 그날부터 나는 향수를 사는 버릇을 접은 적은 없었다. 내가 처음 좋아한 향수는 디오리시모(Diorissimo)’였다. 내가 미국 유학시절에는 가장 작은 디오리시모 한 병이 25달러였다. 지금은 더 올랐을 것이다. 내가 갖고 태어난 코가 약간 사치로 기울어지더라도 나는 스스로 나무라지 않는다. 향기 없는 장미를 나는 사랑하지 않는다. 이집트에 여행 갔을 때 향수의 원액을 한 병 사서 온 일이 있다. 소박한 음식을 먹고 소박한 침구로 몸을 덮고 보리밥만 먹어야 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나는 최고의 향기를 즐기면서 사는 인생을 살고 싶다

    그러나 그동안 이런 말을 함부로 하지 않았던 이유는 남들이 나를 보고 별난 노인이라고 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나의 특색이 코에 있음을 안 지가 오래 됐다. 귀도 좀 멀어진 것 같고 목소리도 예전 같지 않아서 다소 슬픈 느낌이 드는 때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완전무결한 코가 나를 지켜준다고 믿고 자신만만하게 하루를 살아간다. 가능하면 오래 하루에 한두 번 디오리시모의 향기를 맡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김동길

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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