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26(토)오늘도 그리운 사람(1091)

 

오늘도 그리운 사람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고 그 사랑을 전혀 모르고 성장한 인물이 가장 불행하다고 한다. 인간의 모든 것은 어머니의 사랑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나이가 구십이 넘은 사람도 어머니가 그립다. 환경이 안 좋아서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순수함을 지키고 살아온 사람은 나이가 팔십, 구십이 되어도 그를 낳아 키워준 어머니를 그리워하게 마련이다.

    교육의 시작이 에 있다고들 말하는데 틀림없는 원칙론이라고 할 수 있다. 부모를 공경하고자 하는 아들딸 중에 잘못된 인간이 나올 수 없다. 나는 나이가 팔십이던 때에도 그리고 구십을 넘은 지금도 가끔 밤중에 혼자 일어나 어머니 생각을 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가장 순수하고 가장 아름답던 세월이 어머니의 품 속에서 자라던 그 시절 아니었는가. 그때 나에게 무슨 걱정이 있었는가. 전혀 없었다. 나는 나의 어머니의 품만 믿고 살았고 부족한 것이 아무 것도 없었고 오늘도 내 삶이 힘들게 느껴지면 어머니 사랑을 받던 그 시절이 또 다시 그리워지는 것이다.

    사람이 가장 행복한 때는 부모가 젊었을 때이고 연로해지면 자연 걱정이 많아진다고 들었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팔십이 되고 구십이 넘어도 자기의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사람은 모자라는 사람인 것처럼 오해하면 안 된다. 나는 올해 94세나 되지만 생각과 행동이 아직은 건강하다.

    수십 년 전의 일이다. 가을이 깊어가는 한때인데 내가 가르치던 연구실에 KBS에서 카메라를 메고 찾아왔다. 가을을 맞은 나의 소감이 어떠냐고 물었다. 두고 온 고향을 생각하며 저 세상으로 떠나신 어머님을 생각하며 내가 처량한 느낌에 사로잡혀 있던 어느 가을이었다. 그러다 가을을 생각하고 고향을 생각하다 어머님 생각이 저절로 떠올라서 어머님 그리운 마음에 저절로 눈물이 났다. 그래서 카메라 앞에 앉아서 한참 울었다. 하도 부끄러워서 PD한테 부탁했다. 이 부분은 방영하지 말라고. 그랬더니 그러겠다고 동의는 하였다. 그러나 이 PD가 약속을 어기고 내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그대로 찍어 방영한 것이다. 나는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얼굴을 들고 다니기가 민망하게 됐다. 마침 그 즈음 지방에 강의가 있어 가던 때인데 속리산 고속버스를 타야만 했다. 버스를 같이 탄 스님이 내가 출연한 TV의 그 장면을 다 봤다고 말하니 내가 얼마나 부끄러웠겠는가. 그러나 이 스님은 나에게 솔직히 말하는 것이었다. “저도 울었습니다라고.

    오래 살아서 나이가 구십이 넘었어도 내가 간절히 보고 싶고 날마다 사모하는 이는 오직 한 분, 나의 어머님이시다. 나는 그 어머님의 아들임을 늘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마음속으로는 오늘도 모시고 살고 있다는 착각에 사로잡히곤 한다. 그 어머님이 그리워 새벽에 일어나 나는 또 다시 눈물을 흘릴 것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김동길

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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