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23(수)상식을 바탕으로(1088)

 

상식을 바탕으로

    요새는 생활의 수준이 많이 높아져서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길게 서 있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줄서기라는 것도 얼마나 오랜 시련 끝에 성공한 것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제 시간에 출근해야 할 사람들은 많고 버스는 모자라서 처음엔 사람들이 아귀다툼을 하여 버스로 몰려가 승객들이 내리기도 전에 버스에 오르려고 전력투구를 하곤 했다.

    사회의 여러 면에서 줄서기가 자리를 잡은 지는 그리 오래지 않다. 옛날에는 줄서기가 가장 합리적인 것이면서도 가장 상식적인 결정이었다. 택시를 기다리는 사람이나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많고 좌석은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줄서지 않고는 자기 차례가 오지 않았다. 지금은 자가용이 많아져서 그런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적어져 차례를 기다리려 줄 서는 일이 드물다.

    기다리던 버스에 누가 먼저 타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제일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결론은 먼저 줄선 사람이 먼저 승차한다는 것이다. 그 당시에도 기다리는 차례가 한참 뒤에 있는데도 앞자리로 쑤시고 들어가 줄을 서려고 하는 놈들이 없었던 건 아니다. 오랜 세월 흐르는 동안 몰상식하고 부도덕한 놈들은 도태가 되고 줄을 서지 않고는 기다리던 택시나 버스를 탈 수 없는 그런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상식이라는 잣대를 예술의 세계에서 휘두르는 인간들은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전 국민이 다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교향악단 지휘자가 있었다. 그는 다른 나라에서도 교향악단 지휘를 부탁할 만한 실력 있는 한국인이다. 그런 사람이 한국의 권위 있는 교향악단의 상임 지휘자가 되었을 때 물정에 어둡지 않은 사람들은 자랑스레 여겼다. 한국의 교향악단의 수준도 저 만큼 올라갔으니 국가적 위상도 그만큼 올라가는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그가 지휘자 자리를 오래 유지 못 하고 밀려났다. 교향악단의 살림을 돌보게 된 이가 교향악단의 돈을 그 지휘자가 마음대로 썼다는 누명을 씌어 그 사람을 밀어내는 일에 성공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지휘자가 사기를 친 것도 아니었다.  그 내용이 다 기억나진 않지만  연주 여행에 자기 아내의 비행기 표를 일등석으로 끊어주었다는 사실 하나가 된통 걸린 것이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럼 연주자인 남편은 1등석에 앉고 아내는 3등석에 앉고 가란 소린가. 이른바 내조를 하는 아내도 연주자와 같은 대우를 받아야 마땅하지 않은가.

    우리나라는 예술계가 정상적으로 성장한 것 같지가 않다. 순수한 예술원 회원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국가적 단체인 예술원의 경우에도 평생회원이 되려면 돈을 좀 써야 한다는 말이 파다하다. 하도 부끄러워서 되새기기도 싫다. 미리 회원이 되어 들어가 앉아 있는 사람들이 새로 들어올 사람들을 심사함에 있어 얼마쯤이라도 돈을 받아야 한다면 (이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나는 분명히는 모른다) 그게 무슨 명예로운 자리가 되겠는가. 서울대학 교수로 있다 은퇴했던 정진우라는 피아니스트는, 우리 시대의 사람들은 모두 그를 피아노의 거장으로 알고 있는데, 겨우 작년 이맘 때에야 예술원 회원으로 추대되었다는 말을 듣고 뭐가 꽤 잘못된 나라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좀 더 깊은 내사가 있고 결론이 나와야겠지만 돈을 뿌려야 예술원 회원이 된다는 허무맹랑한 얘기는 다시 생기지 않길 바랄 뿐이다.

 

김동길

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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