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11(금)46년에 38선을 넘었다(1078)

 

46년에 38선을 넘었다

    해방이 되던 1945년에 나는 평안남도 평원군 영유 고을에 있는 괴천 초등학교의 교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물론 교장은 일본 사람이었고 교무주임은 한국 교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만 해도 내가 태어난 한반도는 일본의 식민지였다. 김구나 이승만 같은 열렬한 애국지사들이 중국에서 혹은 미주에서 독립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었지만 조선이 다시 독립하는 날은 아득하게만 느껴지던 때였다.

    우리 나이로만 계산해도 나는 열여덟 살밖에 되지 않았건만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초등교원 자격증을 따 시골 초등학교에 교사로 부임하여 3학년 반의 담임이었다 김일성이 평양에 도착하여 평양 역전 광장에서 사람들을 모아놓고 강연하던 모습도 생각이 나고 그의 쟁쟁하던 목소리도 귓가에 들려오는 듯하다.

    우리는 38선이 생길 걸 알았고 북에는 소련군이 남에는 미군이 진주하여 군정이 실시될 것이라는 사실도 전해 들었다. 그러나 그때에도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은 공산당이 평양에서 인민 의원을 마련하는 사실에 대해 호감이 없었을 뿐 아니라 일종의 위협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나도 그대로 평양에 눌러 살았으면 김일성대학에 다녔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도 우리의 생리에 안 맞는 정치체제인지라 우리 가족은 38선을 넘어 월남하기로 결심하고 그 이듬해 6월 어머님을 모시고 기차를 타고 원산으로 갔다. 도중에 기차가 석왕사 역 앞에 한창 섰다가 다시 떠난 사실도 기억에 남는다. 원산의 한 여관에서 하룻밤을 자고 일어났는데 아침상에 고등어가 반찬으로 올라왔는데 한평생 평양에만 살던 나는 그렇게 물이 좋은 고등어를 먹어본 적이 없다.

    그것이 1946년 여름이었는데 북의 정치 체제는 이미 탈북하던 자들을 단속하기 시작하여 공안요원에게 붙잡히면 평양에 압송되어 투옥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나의 어머니는 하나 남은 아들을 공산주의자들에게 맡기고 싶지 않아 월남할 것을 나에게 권면하셨을 것이다. 나의 누님은 이미 이화여전을 졸업하고 학교에서 김활란 박사를 모시고 일을 하고 있었고, 화신상회에 다니던 숙부가 서울 필운동에 살고 계셔서 월남을 하여도 의지할 데가 아예 없는 처지는 아니었다. 원산에서 하루를 자고 공안요원들의 눈을 피하기 위하여 아침에 마치 멸치장사를 하는 젊은 사람처럼 멸치를 사서 등에 지고 철원으로 기차를 타고 간 것도 사실이었다.

    월남하여 고생도 많이 하였지만 백낙준 박사, 최현배 박사 같은 위대한 스승들 곁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미국 유학도 갔고 대학교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박사 학위도 받아 돌아왔다. 그러나 나는 편안한 생을 선택하지 않고 민주주의의 교사로 한평생을 살기로 결심하여 정보부에도 끌려 다녔고 재판도 받아 감옥에도 들어갔었지만 이 날까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다. 38선을 넘기로 한 나의 결심은 위대한 결정이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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