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24(월)구십이자술 69 (혼자가 좋았다)

 

혼자가 좋았다

      내 나이 백 세를 바라보게 된 오늘 나는 내가 살아온 길을 돌이켜본다. 내가 장년기이던 사십 대에 접어들었을 때는 아직 이 나라에 혼자 사는 사십 대 독신 남자를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다. 

       나에게는 형님이 한 분 계셨지만 일제 말기 일본 군대에 소집되어 소련과 만주 국경 어디에서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나는 이 김씨 집안에 외아들이 되고 만 것이다. 내 누님과 나는 이 큰 집에 아버님, 어머님을 모시고 동생들을 거느리고 살았지만 나의 어머님은 여유있고 사려깊은 여성이었기 때문에 "네가 알아서 하라"는 식의 자유방임주의로 나를 대하였기 때문에 나는 어머니를 기쁘게 하기 위해 결혼을 할 필요는 없었다.  부모님은 연로하시어 세상을 떠났고 누님도  30여 년 전에 하늘나라로 갔고 여동생들은 다 시집가서 따로 사니 이 큰 집에 나 혼자 남았다.

      제주도 출신의 고 비서가 근무시간을 마치고 퇴근하면 나는 혼자서 긴긴 밤을 맞이하고 혼자서 솟아오르는 아침 해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고독한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닌지만 요새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를 괴롭힐만한 인간관계가 만들어진 것이 없다는 사실이 고맙게 느껴진다. 물론 사람에게는 사람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내가 만일 결혼을 했다면 처가 식구들과 어쩔 수 없이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물론  인간 관계에 성의가 없다는 비난을 받아본 적은 없다. 다행히 구속 없이 내 마음대로 살 수 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나를 따르는 제자들을 가까이하며  내가 옳다고 믿는 일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며 오늘까지 살아왔다.

      아들딸이 있었으면 밥을 벌어 먹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겠지만 잘 가르칠 자신도 없다. 자식이 내 뜻과 달리 나간다면  내 자존심에 어떻게 참고 살아갈 수 있었을까. 내가 아는 사람은 아들을 삼수 시켜 어느 좋은 대학에 보내기는 했는데 그 아들이 처음부터 원하던  과와는 거리가 먼 뚱딴지 같은 과에 입학이 되어 무척 속상해 하던 기억이 있다. 나는 혈연으로 맺어진 사람들은 몇 되지 않지만 다행히 친지나 제자들이 무척 많은 사람이어서 지난 스승의 날에도 경기미 20kg 짜리 20포대를 선물받아 여러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인생이란 '공수래 공수거' 아닌가. 아무 것도 가지고 갈 수 없는 것이 인생이란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몸이 가벼우니 마음도 가볍다.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살면 된다. 나의 하나님이 나를 부르실 때 나는 떠나기만 하면 된다. 거추장스러운 것이 아무 것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승리한 사람이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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