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05(월)구십이자술 62(나이 많은 학생으로)

 

나이 많은 학생으로

    나의 일생에 있어 나에게 가장 큰 감동을 준 영화는 일제 강점기에 본 프랑스 영화 <창살 없는 감옥>이었다. 그러나 나를 가장 못 견디게 한 것은 창살 있는 감옥이었다. 거기서 보고 느끼고 깨달은 일들이 하도 많아서 감방 생활은 나에게 있어 또 하나의 대학원이었지만 그 시련이 어쩌면 나의 삶의 방향을 바꾸었다고 할 수도 있다.

    1961516일 새벽 박정희 소장이 중심이 되어 김종필 등과 함께 모의하여 터뜨린 군사 쿠데타는 민주주의를 갈망하던 모든 지식인들에게 커다란 타격이었다. 1955년 연세대학교 문과대학에 전임강사로 취임한 나는 군사혁명이 터지던 그 해에 조교수로 승진하여 역사학과에 적을 두고 있었다. 바꾸어 말하자면 나는 젊은 학생들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치고 있었다고 할 수도 있다.

    누가 생각해도 군사독재는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일인데 찬성할 수가 있었겠는가. 특히 함석헌의 제자이던 나는 나의 입장이 분명할 수밖에 없었다. 박정희의 혁명정부는 그에게 반기를 든 군인들에게는 매우 가혹하였지만 일반 교수들의 비판적 입장에 대하여는 비교적 관대하였다고 할 수 있다.

    4.19 뒤에 말 못 할 혼란이 야기되고 군사 쿠데타로 일단 사회는 안정 되었다고 볼 수도 있었다. 혁명 주체가 워커힐 사건 같은 부패한 모습을 보인 적도 있긴 하지만 혁명 초기에는 박정희의 부하들이 당장 이권에 개입하는 일은 없었다. 박정희는 세 끼 밥도 제대로 먹지 못 하는 국민에게 경제발전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 믿고 백방의 노력을 다한 것도 사실이었다.

    연세대학도 차차 안정을 찾았고 1962년 나는 교무처장에 발탁되어 학생들의 입학과 졸업에 관하여 총장을 대신하여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에 앉게 되었다. 그러나 새로 취임한 윤인구 총장 밑에서 부정입학의 사례를 만들었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그 사실이 경찰에 고발되어 나는 한글학자 최현배와 더불어 증언대에 서야했던 일도 있었다.

    2년 임기를 채우고는 교무처장 자리를 물러나 얼마 있다가 재차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정보부가 교수들의 군사정권 반대 항의 운동에 참여했다 하여 나의 여권발급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학은 일 년 쯤 연기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백낙준 박사께서 학자금 전액 면제에 생활비도 넉넉하게 지급하는 장학금을 얻어 주셨기 때문에 이 나이 많은 학생이 보스턴 대학에 자리를 잡고 박사학위 과정을 밟을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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