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29(월)구십이자술 61 (민주주의를 어디서 배웠는가)

 

민주주의를 어디서 배웠는가

   일제 강점기에는 민주주의의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 한미 수호 통상 조약 (현, 조미 수호 통상 조약)을 체결한 것은 1882년의 일이었지만 조선조가 끝날 때까지만 해도 민주주의는 숨을 죽이고 있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에도 선교사들이 세운 이른바 미션스쿨(mission school)이 평양 시내에도 몇 군데 있었기 때문에 서양의 선교사들이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치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불행하게도 해방과 더불어 남북이 분단되면서 38 이북에는 인민공화국이 수립되고 38 이남에는 민주적 정치체제인 대한민국이 생겨 민주주의에 가치를 두게 되면서 남과 북이 상반된 주장을 하게 되었다.

    북이 김일성 수중에 들어가면서 민주적 의식은 숨도 못 쉬던 시절에 대한민국은 다행히 민주적 질서를 만들어 민주적 발전을 거듭하였다. 그 결과 미국에 유학 다녀온 한국의 젊은이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각기 전문 분야의 지식을 섭취하기 위하여 유학을 하였다고 할 수 있지만 은연 중에 민주주의를 배우고 본받게 되었고 나도 그런  유학생 가운데 한 사람으로 미국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를 언급할 때마다 하게 되는 이야기다. 1956년 추수감사절로 기억한다. 어떤 미국 가정에 초정을 받았는데 그 댁의 큰 딸은 멀리 유학을 갔기 때문에 집에 오지 못 했지만 마사(Matha)라는 초등학교 어린이가 있어서 같이 저녁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마사의 아버지가 그들이 다니던 교회의 목사를 비판하기 시작하였다. 비판이라야 엉뚱한 소리가 아니라 왜 그 교회 목사는 교회 일을 열심히 보지 않고 해외여행을 가는가 하는  식의 비난이었다. 그 말을 듣던 딸은  아버지, 목사님 딸이 제 친군데 그 아이의 아버지는 구제물자를 모아 어려운 몇 나라에 나눠주는 일을 하기 위해 출장을 많이 다닌다고 해요. 아빠는 잘 알지 못 하시면서 그런 말씀을 하세요?” 라고 아버지에게 항의하는 것이었다. 그 말에 아버지가 사과하였다. “마사, 나는 네가 목사님 딸과 그리 가까운 줄 몰랐다. 앞으로 그렇게 안 할게”   아버지는 손님도 있는 앞에서 왜 나를 망신시키냐?”라고 딸을 야단치지 않았고 추수감사절 저녁은 조용히 즐겁게 흘러갔다.

    그날 나는 손님으로서 자게 되었는데 밤중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다만 동양에서 온 젊은 사람 하나가 크게 감동한 사실만 있을 뿐이었다. 민주주의의 신봉자였던 미국의 철학자 존 듀이한테 갈 것도 없다. 미국인의 일상생활에서 비록 어린이들의 의견이라도 존중하는 그 광경을 목격하고 민주주의가 어떤 것인지 깨달았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나는 한평생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한 시대의 일꾼으로 살아 왔다. 아직은 민주주의가 가장 훌륭한 정치이념이라고 나는 믿는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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