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8 구십이자술 58 (내가 가장 행복했던 때)

 

내가 가장 행복했던 때

     70년, 80년 또는 90년의 긴긴 인생을 살면서 내가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언제인가 가끔 생각해본다.

      비록 시골이긴 했지만 나의 아버님은 우리가 살던 면의 면장이셨기 때문에 나의 형제자매는 다 떳떳하게 어린 시절을 보낸 셈이다. 아버님의 사업이 무너졌다는 슬픈 소식을 듣고 한동안 가난에 시달리기도 하였지만 그래도 아버님 어머님이 젊으셨기 때문에 아무 걱정이 없었다. 그러나 나의 나이가 많아짐과 동시에 아버님 어머님의 연세도 많아지시면서 그때부터는 어쩔 수 없이 불안한 인생을 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의 삶에 있어서 가장 좋았던 한때는 아버님 어머님이 매우 젊으셨을 시절이었다. 건강한 몸으로 학교에 잘 다니고 공부만 열심히 하면 아무런 근심이 없었다. 전쟁이 터졌을 때에도 아직도 젊으신 아버님 등에 업혀 피난 가면 되는 것이었다. 아버님이 평안북도 산골에 있는 광산에 가서 돌아오지 못 하던 때에도 활기 넘치던 젊은 엄마는 우리 형제들의 먹을 것을 마련해 주셨고  돈이 없을 때에도 가게에서 외상으로 우리 먹을 것을 구해다 주시는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어머니만 계시면 먹을 것 걱정은 안 해도 되었다. 어려서는 질병이 돌아도 걱정하지 않았다. 어머님 아버님이 우리들을 지켜주셨으니까. 요새 코로나에 시달린다고는 하지만 예전에도 전염병은 자주 찾아와 많은 사람들을 괴롭혔다. 그러나 부모가 젊었을 동안은 아이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일종의 감기처럼 여겨졌다.

      그런 부모가 세월이 가면서 노인이 되셨고 노인이 되신 부모는 아들의 마음 속에 언제나 불안하게 느껴졌다. "아버지,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나는 어떻게 살지?" 그런 생각이 나를 엄습하면 내 마음은 끊없이 괴로웠다. 그렇던 부모가 노인이 되어 세상을 떠난 지도 꽤 오래 되었다. 지금도 그 부모가 그립다. 특히, 누구나 그렇겠지만 돌아가신 어머님을 생각하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나이가 80이 되도 90이 되도 변할 수 없는 한 인간의 약점이다.

      세월은 자꾸만 가고 나도 100세를 바라보는 인생을 살다보니 어렸을 때에는 상상도 못했던 모험을 하면서 하루 하루를 살고 있다. 괴로운 일도 많지만 인생이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때도 적지 않다. 사는 날까지는 기쁘게 살려고 마음 먹고 있다. 인생이란 좋은 것이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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