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20(금) 낙환들 꽃이 아니랴 (3642)

 

작자 미상의 이런 시조가 한 수 있습니다.

간밤에 불던 바람 만정도화 다 지졌다
아해는 비를 들어 쓸으려 하는구나
낙환들 꽃이 아니랴 쓸어 무삼하리오

기다리던 봄이 왔음을 우리로 하여금 확인케 하는 꽃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바람이 불어서 떨어지는 꽃잎도 있지만 열흘 동안 피어있기가 힘에 겨워 떨어지는 꽃잎들도 있습니다. 인생의 이치가 그러하듯이 꽃은 피었다 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해야겠지만 옛날 시인은 땅에 떨어진 꽃잎도 즐길 수 있을 때 까지는 즐겨 보자는 마음으로 그 꽃잎들을 쓸어버리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 시인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아름다운 꽃잎이 땅에 떨어져 사람들의 발에 밟히는 것이 보기도 민망하고 꽃의 종류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땅에 떨어지자마자 꺼멓게 멍이 드는 꽃잎들도 있으니 꽃잎을 쓸어버리는 일을 잘못이라고 말릴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꽃이 지는 것을 보며 26세에 세상을 떠난 영국 시인 존 키츠(John Keats)의 생각이 떠오릅니다.

눈물짓지 마! 눈물짓지 마!
꽃은 새해에 다시 피려니
Shed no tear! O Shed no tear!
The Flower will bloom another year

땅에 떨어지는 꽃잎을 보며 위로를 받을 길이 없는 것이 인생입니다. 그러나 그토록 짧은 한평생을 살고 간 이 시인은 우리가 생각도 못하는 사실을 하나 일러줌으로서 우리에게 희망의 씨앗을 심어주고 갔습니다. 피어나는 꽃이 우리들에게 주고 가는 감격은 잠깐이고, 떨어지는 꽃잎이 우리의 가슴에 남기는 상처는 큼니다. 그러나 우리도 키츠와 함께 내년 봄이 있을 것과 내년 봄에 그 꽃이 다시 필 것을 믿으면서 위로를 받아야만 이 어려운 인생의 한때를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동길
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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