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31(토) 내가 가진 것은 (3622)

 

내가 가진 것은 시간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시간 가운데 이미 지나간 시간을 나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그 뿐 아니라 아직도 오지 않은 시간은 내 마음대로 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비슷한 생각이 내 머릿속에 맴돌고 있습니다. 과거를 내 마음대로 손질할 수도 없고 미래 또한 내 마음대로 처리할 수도 없으니 내게 있는 것은 오직 현재 뿐이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라는 말은 너무 막연하게 들리겠지만 혹시 '오늘' 이라고 표현하면 좀 피차에 알아듣기 쉽지 않을까요?

30대에 이미 훌륭한 업적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선인들이 여럿 있습니다. 그런 대표적 한국인을 한사람 들라고 한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안중근을 꼽겠습니다. 40대를 다 살지 못하고 떠난 이들도 있습니다. 그런 인물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이 김옥균이라는 그 시대의 풍운아라고 하겠습니다. 50대에 조국을 위해 목숨을 버리고 간 사람들 중 한 사람을 뽑으라면 한국인은 누구나 이순신을 생각할 것입니다.

이분들은 요즘 기준으로 본다면 너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고 하겠지만 이 겨레는 앞으로도 그들의 이름을 오래오래 기억할 것입니다. 사람은 자기가 오고 싶어서 이 세상에 오는 것은 아닙니다. ‘자의 반. 타의 반’도 아니고 순전히 우리가 모르는 타의에 의해서 이 세상에 오게 된 것입니다.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나는 일도 자기 의사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그것 또한 타의에 의한 것입니다. 극소수의 사람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일들이 있긴 하지만 그것도 제 정신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호모사피엔스가 가진 것은 오늘 하루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어느 인생에게나 오늘 하루가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다소 긴장이 되긴 하지만 인생이 조금은 멋있게 보이기도 합니다. 주어진 오늘 하루 중에 무슨 일을 할 수 있습니까? 가족들을 사랑하는 것도, 이웃을 사랑하는 것도, 그리고 나라를 사랑하는 것도 사랑의 본질에는 변함이 없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 사랑에 전념하는 것이 시간을 가장 유효적절하게 쓰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김동길
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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