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30(금) 꽃은 무슨 일로 (3621)

 

한세상을 억울하게 살고 간 고산 윤선도라는 선비는 “꽃은 무슨 일로 피면서 쉬이 지고” 로 시작하는 시 한수를 읊었습니다. 30세 전에 장원 급제를 하여 벼슬길에 오른 윤선도는 조정이 부패한 상황을 보다 못해 임금에게 상소문 한 장을 올렸습니다. “임금님, 저 이이첨같은 간사한 자들이 날뛰면 장차 민생이 도탄에 빠질 우려가 있사오니 통촉 하소서” 라는 내용의 글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임금이 숙고하기도 전에 간신들에 의해 고산의 충언은 중상모략에 대상이 되어 그는 한평생을 벼슬다운 벼슬을 해 보지도 못하고 유배에 유배를 거듭하는 참담한 선비로 살았습니다. 비록 그는 전남 한 시골에 정착하여 농사를 짓고 약초를 가꾸는 일에 전념하며 쓸쓸한 노후를 보냈지만 시인으로, 학자로서 많은 업적을 남겼습니다.

윤선도는 그 시에서 “돌은 어이하여 푸르는듯 누르나니” 라는 심오한 한마디로 인생의 허무함을 탄식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가 만일 벼슬길에 올라 세속적인 성공의 가도를 달렸다면 좌의정, 영의정의 자리에 올랐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출세의 길에서 밀려났기 때문에 고산은 시작에만 전념 할 수 있었고 그 시에 마지막에 “아마도 변치 아닐 산 바위뿐인가 하노라” 라는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남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 마지막 한 줄의 글에서 무한한 희망을 보게 됩니디. 그는 “마당 어귀에 서있는 이 바위는 언제라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다” 라고 느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 바위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그가 섬기던 임금이었을까요?” 아니면 그의 조국 조선이었을까요?

오늘 우리 조국의 현실이 대단히 어지럽습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고 탄식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윤선도가 가리키던 그 바위를 생각하면서 아무리 나라가 흔들리는 것 같아도 우리들의 조국은 윤선도가 바라보던 그 바위처럼 든든하게 그 자리를 지켜줄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김동길
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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