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13(화) 청춘의 꿈 (3604)

 

나도 젊어서는 꿈을 가지고 살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대학에 다닐 때 영국의 Cambridge 와 Oxford 대학을 소개하는 책자를 보고 나는 한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캠브리지 대학에 유학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였습니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한국 전쟁이 터져서 피난을 가야 했고 따라서 정상적으로 공부를 할 수 없는 형편이었기 때문에 영국에 유학을 간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다만 피난 시절에 부산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어느 여학교에 영어 교사가 되어 분주한 나날을 보냈을 뿐입니다.

그후 대학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었지만 공부는 제대로 하지 못하고 세월만 흘려보냈습니다. 그러나 미국 중서부에 어느 조그만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아 그 대학에 유학을 가는 것이 고작이었고 그 뒤에도 다시 미국에 건너가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석사, 박사 학위를 받기는 했지만 캠브리지 대학에 유학의 꿈은 이래저래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나는 많은 젊은이들이 젊어서 공통적으로 지니고 사는 꿈 하나는 애당초 가져 보지도 않았습니다. 마음에 드는 아름다운 여성을 만나 결혼하고 아들딸 낳고 단란한 가정을 꾸며보자는 꿈을 단 한 번도 가져 본 적이 없습니다. 나는 결혼이나 가정이 한 인간에게 큰 구속이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결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도 돌아서서 내 길을 가기로 했습니다. 나는 나의 자유를 위해서는 무슨 희생이라도 할 용의가 있었지만, 나의 자유를 포기 하면서까지 결혼을 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가정적 행복을 외면하고 이날까지 살아 왔습니다. 60이 넘었을 때 어떤 재벌이 자기가 도와 줄 터이니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라고 권면했을 때도 나는 내가 정신이 온전한 동안은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사양했습니다.

나는 그렇게 해서 얻은 자유를 지금까지 지키면서 살다가 오늘은 무기력한 한 노인이 되었지만 끝까지 자유를 지키며 살겠다는 생각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습니다. 나의 청춘의 꿈은 다 사라졌지만 나는 아직도 자유라는 꿈을 안고 이렇게 석양에 홀로 서 있습니다.

김동길
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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