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09(금) 꽃샘추위 (3600)

 

해마다 꽃이 필 무렵이 되면 뜻하지 않은 추위가 틀림없이 한번은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조상들은 옛날부터 이를 “꽃샘추위” 라고 일컬었으니 대체로 가난하게 살면서도 그들의 생활 속에는 자연을 음미하는 일종의 멋이 있었다고 생각할 때 흐뭇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여러 나라에서 쓰이는 말들을 다 검토하여 보지는 않았지만, 꽃샘이라는 낱말은 영어에도 불어에도 일본어에도 없다고 생각됩니다. 일본말에는 다채롭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이 많이 있다고 하지만 꽃샘에 해당하는 오묘한 말은 본적도, 들은 적도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은 꽃이 피는 봄을 그대로 반갑게 맞이하지 않고 추위가 시샘을 느끼는 미묘한 심리의 움직임을 꽃샘이라는 말로 절묘하게 표현하였습니다.

오래 동안 중국 문화권에 영향을 받으며 생활해 왔던 우리 조상들이었으나 나름대로 독자적인 생존의 철학을 지니고 살아온 겨레라는 자부심을 가질수 있습니다. 단군이 나라를 세우고 4350년 이라는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35년 동안 이웃 일본에게 강제로 합방 당했던 35년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한 나라로 건재해 왔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어지간히 강인한 민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동족 간에 이념적 전쟁을 치루고 73년이 넘게 분단의 아픔이 이어지고 있지만 남쪽이나(Republic of Korea) 북쪽이나(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KOREA 임을 인정하고 같은 KOREAN 들이 숨쉬고 밥 먹고 옷 입고 잠자며 살아오면서 같은 꽃샘추위를 맞이해 온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습니다.

“봄이 와도 봄 같지가 않다”라는 탄식의 소리가 들리기는 하지만, 꽃샘이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여전히 봄이 오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김동길
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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