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03(수) -친구들도 다 떠나고- (3535)

 

하나 남았던 친구요 대학 동창이던 심치선 교장이 지난 해 그믐날 이 세상을 떠나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이화여고의 신봉조 교장이 우수한 졸업반 학생 몇을 골라서 당시의 연희대학에 보냈는데 그 때 선발되어 입학한 학생들 중에 심치선, 이선애 등이 있어서 그들은 다 기독학생회의 멤버가 되어 함께 활동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1948년의 일이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70년 전의 일이 아닙니까?

그 전 해까지는 신 교장께서 우등생들을 몽땅 이화여대에 보냈는데, 남녀공학을 시작한 연대에도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심치선이 연대 사학과에 입학하여 졸업하고 그의 모교인 이화의 역사 교사로 취임하였습니다. 역사를 전공했지만 그는 수학을 잘한다고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그 뒤에 연세대에 와서 여학생처장도 하고 다시 이화여고에 불려가 교장도 하고 그 학교에 외국어고등학교를 창설하고 초대 교장을 겸임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평북 차령관의 부잣집 딸이었고 동생들 중에서 남동생 치호와 여동생 치정이는 앞서 하늘나라로 갔고 세브란스 출신의 동생 치윤이가 그 동안 누나의 병환을 돌보기 위해 미국에서 서울에 와 있으면서 마음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정말 자랑스러운 동생이었습니다.

나는 생명의 영원함을 믿는 사람이기 때문에 ‘요단강 건너가’ 그를 다시 만나게 되리라고 믿지만 이 생에서의 이별은 슬프기 짝이 없습니다. 우리들의 친구이던 신영일, 이선애, 이근섭이 다 떠나고 하나 남았던 심치선도 새해를 기다리지 않고, 나이 90이 되는 것을 거부하고, 하나님 품으로 돌아갔으니 올해 아흔 하고도 하나가 된 이 김 노인은 “외롭기 한이 없다”는 현제명의 <고향 생각>의 일 절을 읊조리며 감개가 무량합니다.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없어
밝은 달만 바라보니
외롭기 한이 없다
내 동무 어디 두고
이 홀로 앉아서
이 일 저 일 생각하니
눈물만 흐른다

‘이렇게 왔다 이렇게 가는 것’이 인생인 줄 알면서도, 그를 잃은 쓸쓸한 마음은 달랠 길이 없네요.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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