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31(일) -천천히, 느긋하게- (3532)

 

한 해를 보내면서 감개가 무량합니다. 내가 90줄에 들어선 첫 해가 바로 2017년이었습니다. 내일이면 91세가 됩니다. 숫자가 늘어나는 것이 약간 재미있다고 느껴지는 묘한 심정입니다.

나는 히말라야 트레킹을 한 경험은 없습니다. 다만 몽블랑이나 로키산맥의 중턱까지 올라간 경험은 있는데 산이 높을수록 산소가 희박하여 호흡이 좀 힘들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히말라야 같은 높은 산에 오르는 사람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산소 결핍으로 생기는 고산병인데 그런 상황에 대비할 것을 일러주는 경험자들의 처방은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방송에서 들은 이야기인데, “천천히 움직이고 느긋하게 기다리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처방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위기에 직면한 인간에게는 그런 여유는 없고 단지 급하게 서두르고 빨리 빨리 대처해야겠다는 마음뿐인데 그러다가는 예기치 않았던 더 큰 재앙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노인은 어떤 일도 서두르다간 낭패를 보게 마련입니다. 말도 행동도 느려야 정상입니다. 동작에 속도가 붙으면 무엇에든 걸려 넘어지게 마련입니다. 그것이 노인의 약점입니다. 기다리는 일이 답답한 것이 사실이지만 비록 답답하게 느껴지더라도 기다릴 줄 아는 느긋한 아량이 없으면 사람은 노년에 큰 실수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천천히, 느긋하게 다사다난할 2018년을 살아볼까 하노라”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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