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18/(월) -태어나는 그 시간부터- (3519)

 

사람은 태어나는 그 시간부터 늙기 시작합니다. 꼭 그런 것이 아니지만 세 살 난 아이의 나이를 물을 때 “How old are you?”라고 하고, 그 대답은 “I am three years old”가 정답입니다.

서양은 젊음을 찬양하고 동양을 노인을 우대한다고 말이 있습니다마는 우리는 그런 식으로 나이를 묻지는 않습니다. 동양인이 과거에는 젊게 보인다는 말을 싫어한 탓인지 “젊지 않다”는 말이 칭찬이 되었습니다. 전차나 지하철의 객실마다 ‘경로석’을 마련하는 나라들은 동양에 많습니다.

서양 사람들이라고 노인들에 대한 배려가 아주 없겠습니까마는 ‘경로사상’은 우리 문화의 특징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늙어가는 자기를 초조하게 지켜보는 것은 서양 사람들이었고, 늙어가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는 것은 주로 동양인이었습니다.

나의 고백을 한 번 듣고 참고로 삼으세요. 장수가 축복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젊었을 때에 비해 키는 3센티 이상 줄어든데다가 어깨가 축 늘어졌습니다. 손과 팔에 힘이 빠져서 무거운 것은 들 생각도 못합니다. 다리에는 힘이 없어 먼 길은 아예 못 갑니다. 목은 시들어 추하게 주름이 많이 잡혔고 머리는 백발인데 얼굴에는 검버섯이 다닥다닥 돋아나 거울을 보기가 민망합니다.

걸으면 중심이 잘 잡히지 않아 넘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풍전초사감’ (風前草似酣)은 술을 마시지 않았어도 비틀거리는 노인의 모습이라 하겠습니다. 여성이 타고나는 아름다움은 여전히 나의 삶의 기쁨이지만 괴테가 죽는 날까지 지니고 살았다는 그 ‘정열’이 내게 없음을 고백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창조하신 만물 중에서 내 눈에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피조물은 여성입니다.

주님께서 늙은 이 몸을 부르실 날을 기다리면서 인간의 상식을 초월한 어떤 희열을 느끼면서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도록 힘쓰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No.

Title

Name

Date

Hit

3185

2018/04/06(금) 금은보석이라고 하지만 (3628)

김동길

2018.04.06

1899

3184

2018/04/05(목) 바퀴벌레 한 마리 II (3627)

김동길

2018.04.05

1958

3183

2018/04/04(수) 바퀴벌레 한 마리 I (3626)

김동길

2018.04.04

1923

3182

2018/04/03(화) 서양 문화는 이제 무너지는가? (3625)

김동길

2018.04.03

2520

3181

2018/04/02(월) 우리가 초야에 묻혔으니 (3624)

김동길

2018.04.02

1893

3180

2018/04/01(일) 그 사람들, 지금은 어디에 (3623)

김동길

2018.04.01

1810

3179

2018/03/31(토) 내가 가진 것은 (3622)

김동길

2018.03.31

1865

3178

2018/03/30(금) 꽃은 무슨 일로 (3621)

김동길

2018.03.30

1782

3177

2018/03/29(목) 길은 잃은 서구의 민주주의 (3620)

김동길

2018.03.29

1868

3176

2018/03/28(수) 우리들의 건강을 위하여 (3619)

김동길

2018.03.28

1918

3175

2018/03/27(화) 잊어야 할 일들 (3618)

김동길

2018.03.27

1908

3174

2018/03/26(월) 역사를 보는 눈 (3617)

김동길

2018.03.26

2067

[이전] [1][2]3[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