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03(일) -김성학 교수에게- (3504)

 

90년이라는 긴 세월을 살다 보면 낯선 이들로부터 편지를 받는 일이 간혹 있습니다. 정성스럽게 엮어진 김 교수의 예의 바른 글월은 지난 12월 1일 저녁에야 나에게 전달이 되었습니다. 11월 14일에 적은 이 글이 하늘을 날고 바다를 건너 나에게 전해지기까지에 왜 이렇게 여러 날이 걸렸는지 나도 모르겠습니다. 내 사무실의 주소가 바뀌었기 때문인지도 모르죠.

김 교수의 생일이 나와 같은 것도 신기하지만, ‘12월 1일’은 내가 난생 처음 Northwest Airline의 비행기를 타고 International Date-line을 넘어 미국 땅에 도착했던, 나로서는 ‘뜻 깊은 날’이어서 지금도 기억합니다. 1955년에는 그 Date-line을 통과한 모든 승객들에게 명함판 증명서를 한 장씩 나눠주었습니다.

서울에 드나드는 비행기 회사는 ‘서북항공’ 하나밖에 없었고 내가 탄 비행기는 여의도를 떠나 일본 동경에서 1박 하고, 태평양 상의 섬 Shemya에서 기름을 넣고야 Seattle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거기서 입국 수속을 마치고 Chicago까지 가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내가 다닐 학교가 있는 Evansville, Indiana까지 가야 하는데 비행기가 폭설 때문에 St Paul - Minneapolis 공항에 내려, Chicago까지는 기차를 타고 갔던 일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62년 전의 일인데! 김 교수가 가르치는 대학이 Minneapolis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오래 전에 있었던 일들을 이렇게 넋두리처럼 늘어놓습니다.

김 교수의 글에는 내가 쓴 칼럼을 < American Journal of Comparative Law >에 실린 김 교수 논문에 인용했다고 하면서, 내 칼럼을 보고 “크나큰 용기를 얻었지요”라고 한 것뿐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교수님의 선견, 지혜, 용기가 후세대에 크나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외람되게나마 말씀드리고 싶어서 알려 드립니다”라고 덧붙였으니 이 9순 노인은 새삼 살아있는 보람을 느낍니다. 나도 김 교수의 그 논문을 읽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어느 시인이 “인생은 괴로우나 아름다운 것”이라고 읊었습니다. 김 교수의 글을 읽으면서, 그 시인의 그 한 마디가 더욱 절실하게 느껴졌습니다. 고맙습니다.

※지금은 내 집과 내 사무실이 한 울타리 안에 있습니다. 답장이 너무 늦어 죄송합니다.

서울 서대문구 연대동문길 75-28 (우) 03722

전화 (02) 392-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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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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