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29(수) -과거와 현재 사이에- (3500)

 

어제와 오늘 사이에 무엇이 있는가? 시간을 토막 지어 과거와 현재로 갈라놓고, 내일이 온다고 예언한 동물은 지구상에 오직 하나, 인간이라는 이름의 동물이 있을 뿐입니다.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것, 봄·여름·가을·겨울이 오고 가는 것, 그것이 다 대자연의 변화의 일부이고 시간으로 여겨지는 어려운 것인데 Homo Sapiens가 등장하여 미래를 운운하게 되었습니다.

과거와 현재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고 오직 인간이 있을 뿐인데 이제 와서 인간은 자기가 누구인지 잘 모른다는 고백을 하게 된 것입니다. 과거 2~3000년에 벌어진 급격한 변화가 사람의 정신 상태를 혼란에 빠뜨려, 인간은 너 나 할 것 없이 일종의 위기의식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시속 300킬로로 달리는 고속 전철에 자리를 잡고 앉기는 했지만 창밖의 설경을 즐기기도 어렵고, “나는 왜, 나는 어디로?”를 모르기 때문에 다만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혀 있을 뿐입니다. 인간과 인간의 전통적 관계가 다 무너졌으므로 사람은 자기가 누구의 아들인지 알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인간의 최소한의 행복이라도 지킬 수 있는 가정(Home)이라는 울타리는 이제 없습니다.

어제와 오늘 사이에 끼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과연 누가 구원할 수 있는 겁니까? 사람이 다시 사람이 되기를 위해 우리는 흩어진 가족을 모아 다시 ‘가정’을 만들어야 합니다. 아버지는 아버지가 되고 아들은 아들 구실을 하지 않고는 ‘인간성의 회복’은 불가능합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인류의 미래에도 희망은 없습니다.

부모가 그립지 않습니까? 거기서 다시 시작해야만 합니다. 오늘과 내일 사이에 아직은 시간이 좀 남아있습니다. 희망을 버리지는 맙시다. 사람이 사람 구실하는 내일을 위하여 한 번 분발해 봅시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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