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27(월) -강호사시가(江湖四時歌)라 함은- (3498)

 

조선조의 대표적 청백리(淸白吏) 맹사성(孟思誠)이 읊은 네 계절의 시조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는 장원 급제하여 벼슬길에 들어섰고 세종 때에는 좌의정의 자리에까지 오른 모범적 공직자였지만 한평생 겸손하고 가난하였다고 전해집니다. 그는 겨울에 이렇게 읊었습니다.

강호에 겨울이 드니 눈 깊이 자(尺)를 넘네
삿갓을 비껴쓰고 도롱이로 옷을 삼아
이 몸이 춥지 않음도 임금님 은혜일세

원문에는 ‘역군은이샷다’로 되어 있습니다. ‘역군은(亦君恩)’이라 함은 ‘이 또한 임금님 은혜’라는 뜻인데 얼핏 들으면 국왕에게 아첨하는 말로 들리지만 이 말이 맹사성의 입에서 나왔을 때에는 진실일 수밖에 없습니다. 누가 그 말을 했느냐가 문제입니다.

그의 시조의 특색은 겨울에만 ‘역군은이샷다’로 마무리를 짓는 것이 아니라 가을에도 봄에도 여름에도 그랬다는 것입니다. 간사한 마음으로 이렇게 떠드는 인간들이 많기 때문에 충신들은 더욱 그런 말 하기를 꺼려했을 것입니다.

청렴결백한 세무공무원으로 표창을 받은 이가 있었습니다. 그는 여러 해 세무서에 근무했지만 퇴직할 나이가 됐을 때에도 허술한 집에 세 들어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국가의 표창을 받고 나서 이 자가 엄청난 재산을 은닉하고 있음이 발각되어 그 뒤에 아마 큰 곤욕을 치렀을 것입니다. 아들·딸의 이름으로 사서 숨겨둔 좋은 집이 여러 채 있었답니다. 그를 청백리로 잘못 알고 박수를 보냈던 많은 시민들이 배신감을 억제하기 어려웠습니다.

성직자로 자처하는 이들 중에도 위선자가 너무 많아서 선남선녀들이 크게 실망합니다. 그러나 맹사성이 헐벗고 굶주렸음에도 불구하고 “이 몸이 춥지 않음도 임금님 은혜일세”라고 노래하는 것을 들을 때 가슴이 찡합니다.

대한민국을 진정 사랑하며 대통령을 정말 우러러보는 인간이 다섯 명만 있어도 이 나라는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겁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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