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14(화) -때를 놓치지 말아야- (3485)

 

설악산 가는 길에 개골산(皆骨山) 중을 만나
중더러 묻는 말이 단풍이 어떻더냐
요사이 연하여 서리 치니 때 맞았다 하더라
(조명리)

내 친구 한 사람이 일전에 정읍 내장산의 단풍을 보고 크게 감탄하였답니다. 그는 반세기가 넘도록 미국에 살면서 보스턴 근교의 단풍을 해마다 보았으련만 내장산의 단풍에 그토록 감탄한 것은 아마도 때를 맞추어 절정에 이른 단풍 구경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조명리는 영조 때 선비로 벼슬이 판서를 넘지 못하였으나 학자로서의 공적은 적지 않았습니다. ‘시의적절(時宜適切)’이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만사는 때를 맞추어야 제 구실을 하게 되고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일의 순서를 합리적으로 잡지 못하면 큰일을 그르칠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운명이 대통령의 결단 하나로 순조로울 수도 있고 파란만장할 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 미국의 어떤 시사 전문가가 한국의 대통령 문재인을 ‘Pro North Korea, pro China’(親北親中)이라고 잘라서 말하는 걸 듣고 가슴이 섬짓 하였습니다.

대한민국이 ‘친북’으로 나갈 수 없고 ‘친중’으로 노선을 당장 바꿀 수도 없습니다. 지금의 국제 정세가 그럴 수 있는 선택의 자유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한 번 때를 무시하고 헛발을 디디면 우리의 생존이 위기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반대하여 미국과 일본과 한국의 합동 군사 훈련이 무산되었다는 보도에 접하여, “지금이 이럴 때가 아닌데?”라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결코 나 혼자만은 아닐 겁니다.

만일 동북아에서 미국이 한국을 따돌리고 당장 중국과 손잡고 김정은의 횡포를 저지할 수 있을까, 그것도 문제입니다. 때를 옳게 파악하는 것이 지도자의 책임입니다. 대통령은 문재인의 당선을 반대한 59%의 한국인을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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