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13(월)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3484)

 

이 나이가 되어서야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많이는 모르고 조금만! 30에 깨달은 성현들이 억조창생 중에 두서너 분 계시고 나머지는 다 나와 비슷한 민초들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잘 난 사람이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닙니다. 스스로 잘났다고 잘못 알고 사는 사람들은 꽤 많지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죽기 5분 전에라도 깨달아 주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희망사항입니다.

산다는 그 자체 속에 날마다 늙어가는 큰 비극이 도사리고 있고 그 삶 속에 질병이 있고 생(生)은 사(死)를 향해 날마다 가고 있음을 모르고 어리석게 살다가 오늘이 되어서야 무릎을 탁 치며, 철도 모르고 철도 없는 한심스런 삶이었음을 자백합니다. ‘떠날 준비’라는 말은 있지만 준비하고 떠나는 사람은 우리 주변에 한 사람도 없습니다.

죽음 앞에 속수무책인 인간이지만 사랑을 받고 사랑을 주는 기쁨이 있어서 이 날까지의 생존이 가능하였습니다. 사랑에는 고통이 따르는 것이라고 일러주는 선배들이 많이 있지만 사랑 때문에 있는 아픔은 바늘에 찔리는 그런 고통이 아니고 감격을 동반하는 고통이기 때문에 어느 모로 보나 그 고통은 아름답습니다.

어지간히 나이를 먹고 나서 깨달았습니다. 나에게 허락된 시간은 오늘 하루뿐이라는 것을! 오늘 사랑하지 않으면 내일은 사랑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젊은이들의 무모한 사랑이 큰일을 저지르는 것 같이 보이지만 거기에 역사를 움직이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나는 압니다.

노인이 되면 세련된 사랑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젊은 날의 기쁨보다 더 큰 기쁨을 누릴 수도 있고 그 기쁨으로 죽음도 이길 수 있다고 나는 확신하고, 오늘 하루만을 사랑 때문에 열심히 살겠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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