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10(화) -아버님의 편견- (3450)

 

나의 아버님은 중키에 매우 단정한 용모를 지닌 분이셨습니다. 나는 아버님보다는 어머님을 많이 닮은 아들로 태어난 것이 확실합니다. 내가 태어나던 새벽에 면장이시던 아버님은 출장 중이셔서 나를 보지 못하셨고 이튿날 산모와 신생아를 보시고, “당신 정말 큰 수고했어요”라고 칭찬해 주셨다고 어머니는 자랑삼아 여러 번 말씀해 주셨습니다.

내가 종이 한장에 한시를 한 수 적어놓은 것을 보시고, “어떤 놈이 글씨를 이 따위로 썼냐, 읽을 수가 없다”라고 비난을 하셨답니다. 옆에 계시던 어머님이, “거 동길이가 써놓은 건데”라고 하셨더니 단박 표정이 달라지시더니, “읽기는 좀 어렵지만 글씨는 참 잘 썼다”라고 하셨답니다. 어머님은 아버님의 그런 편견을 비웃으셨습니다.

고려대학의 김상협 총장은 내가 펴낸 책 <대통령의 웃음>에 수록된 우스갯소리들 중에서 ‘자구새끼 챙이’이라는 것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셨습니다. 옛날 시골 장터에 한 젊은 엄마가 못생긴, 아주 못생긴 아들을 엎고 나타났는데 장터에 모인 많은 사람들이 그 아이를 ‘쓴 오이 보 듯’ 보고 지나가더랍니다.

그런 차에 훤칠하게 생긴 장돌뱅이 한 사람이 지나가다 등에 업힌 그 아이를 보고 “야 그 놈 잘 생겼다. ‘자구새끼 챙이’처럼 생겼구나”라고 하였답니다. “잘 생겼다”는 그 한 마디에 감격한 이 젊은 엄마가 그 칭찬한 장돌뱅이를 자기 집으로 초대하면서 “점심이라도 들고 가세요”라고 하였답니다.

아들 칭찬에 크게 감동한 이 엄마는 닭 잡고 제비국 끓여 극진히 대접하고 보냈답니다. 그런데 저녁에 신랑이 돌아왔기에 자초지종을 다 고해 바치며 칭찬 받은 감격을 되새겼답니다. “그 장돌뱅이가 뭐라고 했는데?” 남편이 물었습니다. “자구 새끼 챙이처럼 잘 생겼다”고 했어요. 그 때 남편이 얼굴을 붉히며 이렇게 야단을 쳤습니다. “그게 무슨 뜻인지 당신 몰라? ‘자구 새끼’는 평안도 사투리로 멱자구(개구리) 새끼라는 뜻이니 못생겨도 되게 못생겼다는 뜻이야”

부모의 편견 때문에 못생긴 아들·딸도 살아남게 됩니다. 아버지나 어머니가 그런 편견을 가졌기 때문에 우리들의 생존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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