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08(일) -무슨 일을 할 것인가?- (3448)

 

노자가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고 했는데 “아무 일도 하지 말고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살라”는 뜻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노자의 뜻이 “자연 속에서 쓸데없는 짓만 골라서 하지 말고 사람을 사랑하라”는 것이었으리라고 여겨집니다.

수십 년 전에, 서울 녹번동에 사시던 이홍직 선생을 방문하고 “월남 이상재 선생의 성품 중에서 가장 독특한 것이 무엇이었습니까?”라고 물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이홍직 선생이 즉각적으로 대답을 했습니다. “나의 할아버님은 매사에 매우 자연스러운 분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내가 내 무릎을 탁 치면서 “그렇지요, 그렇지요”라고 한 것은 그 손자의 생각이 내 생각과 일치했기 때문입니다. 이홍직 씨는 일제하에 배재 학당과 연희 전문을 졸업하였는데 이상재 할아버님을 모시고 다닌 일이 많았었기 때문에 그 손자의 그 발언은 더욱 의미가 심장한 것이었습니다.

<에밀>의 저자 루쏘(J. J Rousseau, 1712-78)를 천재가 아니라고 주장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급진적 사상과 행동 때문에 쫓기는 신세로 살아야 했던 그는 다섯 명 사생아의 아버지이기도 했지만 그의 <불평등 기원론>, <사회 계약설> 등은 ‘악(惡)’의 기원이 어디에 있는지를 밝히고자 최선을 다하였고 ‘자연인(自然人, Natural man)’이 될 것을 권면함으로 계몽주의의 한계를 넘어 낭만주의(Romanticism)의 미래를 예언한 셈입니다. 그가 내세운 이상은 “자연으로 돌아가라”(Back to Nature)는 한 마디로 요약되어, Versailles 왕궁의 궁녀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전해집니다.

이 어지럽고 거짓된 인간 세상에서, 끝까지 ‘자연스럽게’ 살 수 있는 사람이 가장 위대한 사람입니다. 그래야만 자연 속에서 사람은 가장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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