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02(월) -괴로운 인생길을- (3442)

 

1928년 10월 2일이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날입니다. 그 날이 나의 첫 번 생일이라면 2017년 10월 2일은 나의 아흔 번째 생일이 됩니다. 살다 보니 세월이 덧없이 가서 내 나이 90이 된 것 같습니다.

괴로운 인생길이었던 것만은 분명하지만 이래저래 아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오늘 내 생일을 축하하기 위하여 우리 집을 찾아와 점심을 같이 할 친구들이 족히 200명은 되겠지만 일일이 연락해서 오는 하객들이 아니기 때문에 그보다도 숫자는 늘어날 가능성이 많습니다. 대접하는 음식이라야 고작 냉면과 빈대떡, 김치와 떡 정도지만 양만은 넉넉하게 준비합니다.

내게도 꿈이 있었습니다. 일제 때 국민학교에 다닐 때 일본 교과서에서 미국 대통령 링컨에 대하여 배운 뒤로는 그런 사람이 한 번 되고 싶었습니다. 켄터키의 산골 통나무집에서 태어나 미국의 대통령이 되어 백악관의 주인이 되었다는 그의 일생이 가난했던 한 소년의 가슴에 큰 꿈을 심어준 것이 사실입니다.

나는 대학을 정년퇴직하고 현대의 정주영 회장의 부름을 받아 당을 하나 새로 만들고 정치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정 회장은 나에게 의형제를 맺자고 제의했고 그런 문서도 만들었던 일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그 때 정 회장이 대통령 후보로는 인기가 좋은 김 교수가 나가야 한다고 약속 아닌 약속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창당한 지 몇 달 되지도 않은 정당이 총선에서 능히 27명을 당선시켰고 전국구를 합치니 의원 수가 40명이나 되는 군소 정당으로 우뚝 설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정 회장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정 회장 자신이 대선에 출마해도 당선이 확실하다는 등의 권면을 받고 마음이 흔들렸던 것이 사실인 듯합니다. 대통령 후보 전당 대회가 소집되었을 때 몇몇 의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정 회장은 대통령 후보 지명을 받았습니다.

나는 이미 서울의 강남 갑의 국회의원에 당선은 돼 있었지만 나는 국회의원을 하기 위해 정계에 투신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대세는 그렇게 돌아가고 나는 정치에 대해 큰 환멸을 느낀 것이 사실이지만 국회의원직 4년은 끝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국회의사당에 출석은 했지만 이렇다 할 일을 할 수도 없었습니다.

나는 4년의 임기가 끝난 뒤 아무런 미련도 없이 정계를 떠나 글 쓰는 일, 강연하는 일을 다시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90이 된 오늘 나의 생일을 맞아 나의 삶에 가장 한심했던 4년을 돌이켜보며 링컨을 또 다시 그리곤 합니다. 정치는 나와 인연이 멀고 팔자에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나는 정치를 멀리 바라만 보면서 노년을 맞이한 것입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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